'석유화학, 2030년 세계 4위로'…고부가·친환경 중심 체질 개선

민관산학연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 출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수요 맞춰
"사업재편 참여 기업은 최우선으로 지원"

정부가 구조적 침체에 빠진 국내 화학산업을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부가·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수요기업까지 참여하는 민관 공동 연구·개발(R&D) 체계를 가동한다. 원료부터 수요까지 밸류체인을 하나의 사업 단위로 묶어 수요 산업이 요구하는 성능을 기준으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연계한다. 사업재편에 나서는 기업에는 연구·개발을 우선 지원해 2030년까지 화학산업 글로벌 순위를 5위에서 4위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고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을 발표했다. 화학산업을 대상으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중장기 기술 전환 전략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단순한 설비 감축만으로는 산업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범용 제품 위주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개발과 사업화 체계를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로드맵의 출발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처럼 소재별로 흩어져 추진되던 연구·개발 방식을 바꾸고 원료·소재·응용·수요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하나의 사업 단위로 묶는 체계를 도입했다. 반도체, 미래차, 이차전지, 조선 등 수요 산업이 필요한 핵심 성능을 제시하면, 화학 기업과 중소기업,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연계하는 방식이다.

얼라이언스는 산업부 화학산업팀이 총괄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화학산업협회가 공동 간사를 맡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래차 ▲이차전지 ▲우주항공·방산 ▲전기·통신 ▲첨단 플랫폼 고분자 ▲친환경 ▲규제 대응 등 9개 수요 분야별 분과를 운영하며, 분과별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고부가 전환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패키징용 소재,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 전해질·양극재용 소재, 우주항공·위성체용 복합소재, 폴더블·웨어러블 디스플레이용 고신뢰성 광학 소재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전력 인프라 확산에 대응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 케이블 절연·피복 소재와 전기차 경량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도 전략 품목에 포함됐다.

정부는 사업재편에 참여하는 기업을 연구·개발에서도 최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나프타분해시설(NCC)'과 '프로판 탈수소화 설비(PDH)'를 보유한 주요 석유화학 12개 기업들이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기술 전환을 동시에 유도해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수요 업체와 연계되기 때문에 시장이 창출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기존에 개발해뒀던 제품을 더 고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2025.12.22 조용준 기자

이번 로드맵 수립에는 국내 전문가 80여 명이 6개월간 참여해 기술 수준 분석과 과제 도출을 진행했다. 이후 석유화학 기업 연구 책임자 검토를 거쳐 217개의 요소 기술이 정리됐다. 산업부는 이를 시장성과 기술 확보 수준에 따라 유형별로 분류해 상용화, 도전형 연구, 신시장 개척, 공정 효율화 등 맞춤형 지원 전략을 적용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얼라이언스를 통해 후속 과제를 구체화하고, 내년 1분기 중 대형 연구·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IT부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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