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대만서 공중의 신목(神木) 커미션 공개

대만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서 개최
2027년 12월까지

현대미술가 양혜규가 대만에서의 첫 대형 커미션(작가에게 의뢰해 제작한 작품)으로 블라인드 신작 '유동 봉헌 - 삼합 나무 그늘'(2025)을 공개한다. 작품은 최근 개관한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내 타이중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양혜규 '유동 봉헌 삼합 나무 그늘'. 국제갤러리 제공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2025년 대만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화 인프라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난 13일 공식 개관했다. 대만 제2의 도시 타이중에 들어선 이 복합 문화공간은 타이중미술관(Taichung Art Museum)과 타이중공공도서관(Taichung Public Library)을 결합한 '뮤지엄브러리(Museumbrary)' 개념으로 조성됐다. 전시와 독서, 문화 활동이 공존하는 포용적 공간을 지향하며, 예술 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양혜규는 대만 작가 마이클 린(Michael Lin)과 함께 개관을 기념하는 첫 커미션 작가로 선정됐다. 이번 신작 '유동 봉헌'은 양혜규의 블라인드 설치 작업 중 최대 규모로, 높이 27m에 달하는 미술관 로비와 이를 감싸는 나선형 경사로에 맞춰 제작됐다. 지난 30여 년간 감각적 설치, 조각, 한지 콜라주, 디지털 그래픽 벽지 등 다양한 매체를 탐구해온 작가는 20년 넘게 베네치안 블라인드를 주요 조형 언어로 발전시켜왔다.

일상의 사물인 블라인드는 그의 작업에서 부유하며 공간의 깊이를 만들고, 불투명과 투명 사이의 유동적 상태를 드러내는 수행적 조각으로 변모한다. 이를 통해 재료가 지각과 감정, 집단적 경험을 매개하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특히 이번 작품은 타이중 현장 답사를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오래된 나무의 문화적 상징성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당산나무, 일본의 신목(神木), 인도의 보리수, 대만의 다수공(大樹公) 등 동아시아와 아시아 전반에 걸친 고목 숭배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을 향한 보편적 영적 신념에 경의를 표한다.

'유동 봉헌'은 땅에 뿌리내린 나무와 달리 천장에 매달린 '공중의 신목'으로 구현된다. 거대한 나무 형상이 미술관 중앙에 떠 있는 듯 설치되고,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하늘로 상승하는 구조를 이룬다. 짙은 녹색, 붉은색, 황갈색, 갈색 등 자연의 깊은 색감을 반영한 저채도의 블라인드로 구성되며, 밤에는 유연하게 휘어지는 LED 조명과 반딧불이를 연상시키는 레이저 빛이 더해져 생명력을 부여한다.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연출은 떠 있는 신목으로서 작품의 신비로움을 더욱 강조한다.

이 신 라이 타이중미술관 관장은 "양혜규는 예술 작품과 건축 공간의 관계를 탁월하게 보여주는 작가"라며 "유동 봉헌은 미술관의 자연적·문화적 가치와 상호작용하며 관람객에게 독특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027년 12월까지 이어진다.

양혜규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2017년부터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대학교 슈테델슐레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25년부터 베를린 쿤스트베어케의 의장을 맡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 파리 퐁피두 센터, 런던 테이트 모던, 도쿄 모리미술관 등 전 세계 유수한 기관과 사설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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