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이탈리아 로마시가 내년 2월부터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트레비 분수에 입장료를 도입한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트레비 분수 유료화 방침을 밝혔다. 구알티에리 시장은 "트레비 분수를 멀리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더 가까이 접근하려면 입장권 소지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입장료는 2유로(약 3500원)로, 로마에 거주하지 않는 관광객에게만 부과하고 로마 시민은 현행처럼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로마시가 트레비 분수 유료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수백만 명이 몰리는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관리·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트레비 분수 누적 관광객 수는 지난 8일 기준 약 900만명에 달한다. 이는 인근 판테온 신전의 작년 한 해 방문객 수(약 400만명)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로마시는 트레비 분수를 유료화할 경우 예상 수입은 연간 650만유로(약 113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관광객들이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 분수에서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762년 완성된 트레비 분수는 후기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꼽히는 로마의 명소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형상화한 높이 26m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 분수는 건축가 니콜로 살비가 설계했다. 세 갈래 길(tre via)이 만나는 곳에 자리해 트레비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곳에서는 '분수를 등지고 서서 오른손으로 동전을 왼쪽 어깨 너머로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전 세계인들이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은 주 3회 수거돼 세척과 분류 작업을 거친 뒤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에 기부된다.
로마시는 트레비 분수 외에도 지금까지 무료였던 5곳의 문화시설에 대한 입장료 징수를 내년 2월1일부터 실시한다. 유료로 전환한 곳은 막센티우스 빌라, 나폴레옹 박물관, 바라코 미술관, 필로티 박물관, 카노니카 박물관 등으로, 입장료는 각각 5유로(약 8600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