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겨울철 교량 위와 고가도로에서 발생하는 빙판길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일반 도로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내린 비가 얼어 붙어 빙판길로 변해있는 서울의 한 도로.
한국도로교통공단은 15일 최근 5년간(2020~2024년) 발생한 빙판길 교통사고 총 4112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교량 위와 고가도로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사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빙판길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고가도로 4.8명, 교량 위 5.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빙판길 교통사고 평균 치사율(2.0명)의 약 2.4~3배이며, 마른 노면 평균 치사율(1.3명)과 비교하면 약 4배 높은 수치다.
이러한 차이는 도로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교량과 고가도로는 구조상 지열을 받지 못하고 도로 위아래가 모두 찬 공기에 노출돼 있어, 눈·비가 지표면보다 빨리 얼어붙고 쉽게 녹지 않는다. 실제 보험개발원(자동차기술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교량이나 고가도로의 노면 온도는 일반 도로보다 약 5~6도 더 낮아 빙판이 형성될 위험이 크다.
빙판길에서는 차량 간 추돌사고 위험도 높았다. 빙판길에서의 차대 차 사고 중 추돌사고 비율은 마른 노면보다 14.0%포인트 높았다. 또 내리막 사고 비율도 12.3%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면 결빙은 교량 위, 고가도로, 터널 출입구, 지하차도, 그늘진 곡선로, 하천·저지대 인근 등 특정 구간에서 특히 자주 발생한다. 도로의 구조와 환경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최근 5년간 결빙 도로 교통사고가 잦은 지점을 선정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웹서비스 형태로 개방하고 있으며, 결빙 교통사고 위험지역은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결빙 취약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속도를 충분히 줄이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내리막 구간에서는 기어를 낮추고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면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감속할 수 있다.
아울러 도로 살얼음(블랙아이스)이나 빙판길을 발견한 경우 전화로 신고하면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일반도로는 관할 자치단체가,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현장 조치를 담당한다.
현철승 한국도로교통공단 AI디지털본부장은 "겨울철 도로의 결빙 상태를 운전자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위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빙판길에서는 항상 감속 운전과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 및 급출발, 급제동, 급조향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날씨가 맑아도 교량 위, 고가도로, 그늘진 구간, 터널 출입구는 기존에 생긴 노면결빙이 완전히 녹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