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정부 승인 없이 북한 문학작품을 국내로 반입해 출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간단체 이사장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일부 행위에 대해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1심보다 형량을 낮췄다.
연합뉴스는 14일 법조계를 인용,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최진숙·차승환·최해일 부장판사)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통일농협) 정익현 이사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보다 감형된 것이다.
정 이사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소설책이나 소설 파일이 담긴 이동식 저장매체(USB)를 국내로 반입하고, 일부 작품을 출판·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북한으로부터 들여온 작품들. 연합뉴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간 물품을 반출·반입할 경우 품목과 거래 형태, 대금 결제 방식 등에 대해 사전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동의보감', '고구려의 세 신하' 등 북한 소설 총 22종을 국내로 들여왔으며, 2020년 1월에는 승인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보감'을 권당 2만5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거래를 피하기 위해 중국 업체를 중개인으로 내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정 이사장은 "중국 업체를 통해 받은 책은 북한 물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중국이 단순한 경유지에 불과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승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절차가 지연되자 승인 없이 출판을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2018년 7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중국 중개업체 사장으로부터 북한 소설책 9권을 수령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이미 국내에 적법하게 반입된 책을 건네받았고, 이후 통일부에 반입 승인 신청을 한 점을 고려할 때 위법의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다만 이후 두 차례의 반입과 출판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