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한지 3년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정확하게 못 하고 계신 느낌이 든다."
"가능하냐, 그렇지 않냐를 묻는데 왜 자꾸 (답변이) 옆으로 새요."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 언제 임명되셨나?"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송곳 질문에 진땀을 뺐다. 이 사장이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사장으로 임명됐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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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사장에서 "1만달러 이상으로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하라. 외화 불법 반출을 검색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 사장이 "세관과 같이한다.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이라며 설명을 시작하자, 이 대통령은 말을 끊고 "100달러짜리 한 묶음을 책갈피로 끼워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이다"라며 다시 한번 질문을 정리했다. 그런데도 명확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자 "참 말이 길다. 가능하냐, 아니냐를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에 대한 체크가 가능한지만 이야기해 달라"고 했고, 결국 이 사장은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현금 불법 반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세관과 협의하라고 말했으나 이 사장이 즉각 응하지 않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고 말하고는 임명된 시기와 임기를 물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에 사장으로 갔고, 임기는 3년"이라고 답변했고, 이 대통령은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질책했다.
인천공항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집트 공항 개발사업 현황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의 진척 상황을 물었으나, 이 사장은 "수도 공항은 실무적으로 진척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카이로 공항을 물은 게 아니다"라고 다시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후루가다 공항 등 사안에 대해 실무자를 찾았으나 배석자가 없다는 이 사장의 말에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게 하나도 없네요"라고 한 뒤 "됐습니다"라며 다른 기관 업무보고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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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국토부·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 종료 직전 이 사장이 앞선 질문에 '책에 지폐를 끼우는 방식의 현금 밀반출을 적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보충 답변을 내놓자, 이 대통령은 외화 밀반출에 대비해 공항에서 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사람들이 볼 책은 들고 다니지, 가방에 넣어 검색대를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건 약간 수상한 것"이라며 책을 뒤져보고 열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업무보고 방송을 봤으니, '아, 이제는 그사이에 끼워서 가면 안 걸리는구나' 생각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지적하며 "각별히 관심을 가지도록 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