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정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선정에서 제외된 충북 기초지자체들이 앞다퉈 '민생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괴산군·영동군에 이어 보은군이 내년 상반기 모든 군민에게 1인당 6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충북 지역 기초지자체의 민생지원금 지급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인구 감소가 심화하는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도입의 파급력이 확산하자, 이를 견제하거나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 보은군 회남면 대청호. 보은군청
최재형 보은군수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차례에 걸쳐 모든 군민에게 1인당 30만원씩, 6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접한 옥천군민에게 2년간 월 15만원씩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데 따른 주민들의 박탈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시범지역에 뽑힌 옥천군이 내년부터 2년간 모든 군민에게 한 달 1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과 관련, 상대적으로 싸늘해진 지역 민심을 달래려는 조치다.
보은군은 1차 지원은 설 무렵, 2차 지원은 5월 가정의 달에 맞춰 지급할 예정이다. 지원금을 두 차례로 나눠 지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급일 기준 주소지를 지급기준으로 잡은 건 위장전입 등 지원금 부정 수령을 막고 정주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액 군비지만, 통합재정안정화기금 960억원이 확보된 상태여서 재원 조달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등록 외국인을 포함한 보은군 인구가 3만1000여명인 것을 고려할 때 소요 예산은 188억원으로 추산된다.
군은 민생안정지원금을 지역화폐(결초보은카드)가 아닌 선불카드 방식으로 지급한다. 군 관계자는 "내년 9월까지 사용기간을 설정한 선불카드로 지원금을 주고 결초보은카드에 대해 10% 이상 캐시백을 적용할 경우 가정경제나 골목상권에 미치는 파급력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했다.
충북에서는 옥천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에 선정돼 2026∼2027년 모든 군민에게 한 달 1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기로 한 뒤 민생지원금 지급 계획이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다. 아시아경제DB·챗GPT
충북에서는 옥천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에 선정돼 2026∼2027년 모든 군민에게 한 달 1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기로 한 뒤 민생지원금 지급 계획이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다.
괴산군이 지난 8일 1인당 50만원의 민생지원금 지급 계획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영동군도 50만원 지원을 염두에 두고 '민생경제활성화 지원 조례'를 입법 예고한 상태다. 제천시와 단양군은 1인당 20만원 지원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어촌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로, 전국 10개 지역에서 내년과 내후년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하지만 시범사업 시행 시기가 공교롭게도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와 겹치면서 현금성 복지가 인근 지역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한편 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 집행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로 구성되지만, 민생지원금은 전액 해당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재정 자립도 10%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가 최대 200억원대 민생지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재정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옥천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를 꾸준히 준비해 결실을 맺은 반면 다른 지자체는 상황이 다르다"며 "서민 생활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표방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현금 살포' 붐이 이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