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원기자
특정 국가 비하 등 혐오·비방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금지 광고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증가하는 혐오·비방성 표현을 담은 현수막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옥외광고물법 금지광고물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혐오 현수막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행안부가 이처럼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것은 현재 혐오·비방성 정당 현수막을 줄이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법 개정에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현행법 안에서 혐오성 현수막을 금지 광고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담았다. 옥외광고물법 제 5조 2항에 따르면 ▲범죄행위 정당화 ▲음란·퇴폐적 내용 ▲청소년 보호·선도 방해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광고물 등은 금지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헌법 제21조 4항을 고려해 타인의 권리·명예를 침해하거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표현은 제한적 조치를 강구한다.
금지 광고물은 총 여섯 가지로 분류했다.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내용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 ▲사행산업의 광고물로서 사행심을 부추기는 내용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내용 ▲그 밖에 다른 법률에서 광고를 금지한 내용 등이다.
또 가이드라인에 금지되는 각 유형에 대한 주요 내용과 판단 근거, 적용사례를 반영했다. 적용 기준에는 '특정 국가 등 비하 목적으로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표현', '이주민 등 특정 집단을 동물·사물로 비유하는 표현', '여성차별, 남성경멸, 성소수자 비하 등 편견·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 포함됐다. 행안부는 이 경우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금지광고물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금지광고물 여부는 일차적으로 광고물 담당 부서에서 판단하지만, 판단이 어려운 경우 지방자치단체 옥외광고심의위원회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 후 처리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가이드라인을 넘어 이번 정기국회 내에 옥외광고물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최근 혐오 표현이 담긴 정당현수막은 심각한 국민적,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금지광고물을 정비해 국민 불편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