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빌딩 물려줄 건가' 유산청·서울시, 종묘 앞 고층개발 충돌(종합)

종묘서 180m 떨어진 세운4구역
대법원 "개발 완화 조례 개정 적법"
유산청·문체부 역사경관 훼손 우려
서울시 "접근성·경관 개선하는 방향"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종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일대 고층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이 6일 서울시의 세운4구역 정비계획 변경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종묘 앞 110m 건물 건축에 속도가 붙게 됐다.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즉각 반발하며 세계유산 경관 훼손을 우려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7일 입장문에서 "세운4구역 고층 건축은 종묘의 역사문화경관을 직접 훼손할 수 있다"며 서울시 개발 정책을 비판했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 1호인 종묘는 500년 제례 전통이 이어지는 장소로, 초고층 건물이 종묘를 내려다보는 구조는 국제 기준상 용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가 세계유산 보호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세계유산특별법 개정과 국제기구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같은 날 종묘 현장을 찾아 서울시 개발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종묘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이며, 훼손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의 조례 개정과 개발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관련 법령 개정과 필요시 신규 법 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뿌리는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보존지역 외 건설공사 제한' 조항을 삭제한 데 있다. 문체부는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효력이 없는 조례를 삭제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종묘 인근 고도 규제 완화는 사실상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서울시는 "정비계획 변경은 기본 틀이며 인허가 과정에서 문화재 영향평가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산청은 높이 조정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며 "종묘 전면부 경관축을 가리는 초고층 건물 자체가 중대한 위험"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종묘 앞 모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성북구 장위13구역을 방문해 재개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유산 자문기구 ICOMOS는 경관 훼손 우려가 확인될 경우 '잠재적 위험유산'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 종묘 유네스코 등재 당시 전면부 시각 회랑(visual corridor)은 핵심 관리 지표로 설정됐으며, 종묘?사직?경복궁으로 이어지는 공간 축은 서울 도심에서 드물게 남아 있는 왕도(王都) 구조로 평가된다.

세운지구 개발 측은 "노후 지역 재생과 도시 기능 회복을 위해 고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운상가 일대는 20년 넘게 정비가 지연돼 상권 쇠퇴가 심화된 지역으로 지목된다. 반면 보존 측은 "세계유산 인접 지역은 일반 도시계획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며 "현행 경관 영향평가 기준은 유산 보존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제도 개편 방향을 검토 중이다. 유산청은 세계유산 주변 보호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고, 문체부는 완충지대(buffer zone) 설정, 경관권 법제화, 세계유산 사전협의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정비계획 재검토 여부도 향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세운 재개발은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접근성과 경관을 개선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산?종묘?종로로 이어지는 녹지축 조성, 율곡로 복원과 한양도성·종묘 주변 복원사업 등을 언급하며 "서울시 정책은 역사·문화재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문체부와 유산청의 비판을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하며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문화스포츠팀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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