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인천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돼 있다. 조용준 기자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가격이 올해 2000원까지 오른 빼빼로를 챙길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학교나 직장에서 가볍게 주고받는 관행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가격 인상에 더해 빼빼로데이를 기업 상술로 보는 인식까지 겹치며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빼빼로 가격은 출시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가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를 처음 선보인 것은 1983년으로, 당시 50g 용량에 가격은 200원이었다. 이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에는 용량을 40g으로 줄이며 가격을 유지했지만, 곧 300원으로 인상했다. 1999년에는 용량 변화 없이 가격을 500원으로 한 차례 더 올렸다.
이후에도 가격과 용량은 여러 차례 조정됐다. 그 결과 현재 판매되는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는 54g에 2000원 수준으로, 출시 당시 가격의 약 10배다.
최근 10년으로만 놓고 봐도 2015년 정가 1200원에서 현재 2000원으로 약 66.7% 인상됐다. 지난해 6월 1700원에서 1800원으로, 올해 2월에는 2000원으로 추가 조정되는 등 가격 인상 속도는 최근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빼빼로의 주원료인 코코아 수확량이 기후 변화로 감소한 영향이 크다. 초코쿠키·화이트쿠키·아몬드 등 다른 종류의 빼빼로는 2000원대 제품의 용량이 37g으로 오리지널보다 적다.
인천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돼 있다. 조용준 기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빼빼로데이를 챙길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한 사람에게 선물하면 주변 여러 명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빼빼로 가격 인상으로 인한 지출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달 이직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 "전 직장에서는 인원이 적어 모두 챙길 수 있었는데, 지금 부서는 인원만 10명이고 타 부서까지 돌리려면 30개 이상을 사야 해 부담된다"며 "괜히 안 챙기자니 눈치가 보이고, 챙기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빼빼로데이는 당초 지인들끼리 작은 정을 주고받는 문화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초 부산·경남 지역 여고생들이 '길고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친구들끼리 빼빼로를 나눠 먹던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 소소하게 마음을 전하기 좋은 선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가격이 오르면서 예전처럼 가볍게 챙기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빼빼로데이를 기업 상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멤버스의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빼빼로데이를 챙길 예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5.1%, 챙기지 않겠다는 응답은 54.9%로 나타났다. 챙기지 않는 이유로는 ▲원래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39%) ▲업체 상술에 거부감이 든다(28.2%) ▲챙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25.3%) 등이 꼽혔다.
한편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 유인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와의 협업 기획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GS25는 '버터베어', '블랙춘', '퍼글러' 등의 캐릭터를 활용한 150여종의 빼빼로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CU는 포켓몬스터 캐릭터 메타몽과 관련된 빼빼로를 선보였으며, 세븐일레븐은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기획상품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