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 급등에 열린 쌀 수출길…'0t→550t' 급증[Why&Next]

日관광객, 한국 쌀 쇼핑도 1.3t→61.4t
올해 연간 일본으로 쌀 수출 1000t 될 듯
韓 소매가격, 日의 42% 수준
"일본 관광객 대상 韓쌀 홍보 강화"

지난해 단 한 톨도 일본으로 수출하지 못했던 한국 쌀 수출이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9월까지 550t이 수출됐고, 일본 관광객의 '한국 쌀 쇼핑'까지 포함하면 실제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쌀 규모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관세와 운송비 탓에 시도하지 못했던 쌀 수출길이 일본 내 쌀 부족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열린 것이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9월 멥쌀의 대(對)일본 수출량은 550.7t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량은 '제로'였다.

일본에 국내산 쌀이 수출이 가능해진 것은 그만큼 일본 현지의 쌀 공급이 부족했던 탓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쌀 가격은 지난해 들어 급격한 상승을 보였는데 일본 정부는 쌀값 폭등 원인으로 '2023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의 영향으로 쌀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임준혁 농경연 전문연구원은 "일본 쌀 가격 급등 현상은 이상 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 내수 소비 및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요 증가, 유통 및 물류 상의 문제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한 결과로 발생했다"며 "2023년산 쌀 생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제 밀가격 상승으로 빵 소비 일부가 쌀로 대체됐고, 일본에 방문하는 관광객 증가로 외식업계 및 호텔 등에서 쌀 소비가 늘어나면서 2024년 쌀 수요량이 예상을 깨고 증가하자 쌀 민간재고량도 많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쌀값은 최근 소폭 하락하곤 있지만 고공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이달 6~12일 기준 전국 슈퍼마켓 평균 가격은 5㎏당 4142엔(약 3만9003원)으로 전주보다 1.5%(63엔)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375엔)보다는 22.7%(767엔) 비싼 상황이다. 20㎏당 1만6568엔(약 15만6011원)으로 1년 새 3068엔(약 2만8882원) 뛰었다.

한국 쌀 소매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곤 있지만 일본에 비해서는 42%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이달 22일 기준 20㎏ 소매가격은 6만5756원이다. 일본 내의 소매가격보다 9만255원 낮다.

일본과 한국의 쌀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면서 수출은 물론 개별적인 한국 쌀 쇼핑 물량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일본은 2018년 10월부터 쌀을 휴대해 반입하는 경우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 산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려면 국내의 전국(공항·항만)에 위치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지역본부 또는 사무소에서 검역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10월15일까지 국산 쌀(백미)의 대일본 휴대수출 검역실적은 6만1391㎏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1~12월) 검역량(1310㎏)을 이미 45배 이상 웃돌았다. 유례없는 쌀값 폭등에 무거운 쌀을 들고 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쌀 쇼핑을 하는 셈이다.

쌀 수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일본으로의 쌀 수출은 농협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 쌀 531t이 올해 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일본에 수출됐다"며 "연말까지 369t을 추가로 수출할 예정으로 이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총 900t의 쌀이 일본에 수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량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핸드캐리 물량(1~9월 61.4t)을 더할 경우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쌀 규모는 1000t에 육박하게 된다.

추가 수출의 관건은 가격경쟁력 확보다. 일본은 쌀 시장 보호를 위해 외국쌀에 1㎏당 341엔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도매가격이 약 6만1000원인 20㎏ 한 포대를 수출할 때 6820엔(약 6만4216원)의 관세가 붙는다. 쌀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한국 쌀 도매가격에 관세와 운송비, 그리고 유통마진을 더하면 아직은 가격경쟁력이 낮아 일본으로 쌀을 수출하더라도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본은 '자국 쌀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은 일종의 시장 개척 차원, 홍보 차원에서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한국 쌀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내의 쌀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 추세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한국 쌀수출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선은 한국을 찾은 일본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쌀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홍보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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