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한국 중소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 마주하는 금융·법률 등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중소기업중앙회 개최로 마련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3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정책 강연을 듣고 있다. 중기중앙회
중기중앙회는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중소기업 대표 및 국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미국진출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 진출 시 겪는 어려움으로 송금·결제 방식 등 현지 금융거래 절차의 복잡성을 꼽았다.
강동한 한호산업 대표는 "미국 진출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애로 사항은 현지 금융 시스템이었다"며 "이 외에도 주(州)별 세법과 노동법 차이에 따른 비싼 법률 비용과 시간 소요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바니 리 한미은행장은 미국 투자·금융 환경과 한미은행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미은행은 한국과 미국의 제도 차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국 기업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콧 리 LBBS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미국의 법률 가이드에 대해 설명하며 "기업은 파견 인력의 체류 목적과 업무 내용에 맞는 비자를 반드시 검토해 신청해야 한다"며 "이민법과 비자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환경 및 소비자 규제로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한종우 한울생약 대표는 "제품표시 의무 등 미국의 환경·소비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며 "이 밖에도 한미 보험제도 차이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과 보험료 산정 문제, 주(州)별 문화 차이로 인한 진출 지역 선정 관련 고민이 크다"고 했다.
스콧 리 변호사는 이에 대해 "환경·소비자 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어 광고·라벨링 문구는 과학적 시험 결과와 증빙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법적 대비를 강조했다. 박기홍 허브인터내셔널보험 회장은 "미국 진출기업은 종업원 상해보험, 제품 책임보험, 고용주 책임보험은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며 "미가입 시 막대한 보상금이나 과징금, 심지어 형사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맷 웨스트 가든그로브시(市) 부매니저는 미국 진출의 전략적 거점으로 가든그로브시의 장점을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가든그로브시는 한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있고 물류·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진출이 용이하다"며 "인허가·용도 지정 지원부터 소규모 기업 대출·홍보 지원까지 다양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조지아주 비자 관련 한국인 구금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현지 법률과 규제 등을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고 대비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특히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금융·보험·법률·행정 분야에는 한국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고 전문성이 뛰어난 한인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정책 강연을 펼치고 있다. 중기중앙회
이번 세미나는 매년 중소기업의 미래와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업계 최대 행사인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법률·행정 등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이 자리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장을 비롯해 업종별 중소기업 대표 200여명이 참석했다.
전날 막을 올린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은 '도전과 혁신,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오는 26일까지 3박 4일간 개최된다. 중소기업계 대표 및 관계자 400여명이 모여 중소기업의 새로운 미래 비전과 정책 이슈를 제시하고 위기 돌파를 위한 해법을 공유한다.
전날 김기문 회장은 개회사에서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3대 과제로 ▲AI 대전환 ▲저출생 대응 ▲남북 경협 재개를 꼽으며 "국민성장펀드 향후 펀드를 운영할 때 반도체·바이오·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중소기업들도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책 강연자로 나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AI가 열어갈 스마트 제조혁신 3.0'을 주제로 강의하며 "중소기업 AI 적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연내 스마트제조산업 육성법을 제정해 스마트 제조기술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