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노론계 서원' 상주 흥암서원, 사적 지정 눈앞

1702년 창건·사액 서원
숙종 어필 현판과 독특한 건축 배치 주목

서인 노론계 대표 서원이 사적 지정을 눈앞에 뒀다. 국가유산청은 8일 경북 상주에 있는 '상주 흥암서원(尙州 興巖書院)'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예고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여부를 결정한다.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남인 세력이 강했던 영남 지역에 세워진 노론계 서원으로,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을 모신 곳이다. 1702년 창건돼 1705년 숙종으로부터 사액(賜額)을 받은 뒤, 1762년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남은 전국 사액서원 마흔일곱 곳 가운데 하나로, 숙종이 친히 쓴 '흥암서원' 어필(御筆) 현판이 전해져 역사적 위상을 보여준다.

송준길은 율곡 이이와 김장생으로 이어진 기호학파를 계승한 산림학자로, 송시열과 함께 노론의 정신적 지주로 꼽힌다. 상주 출신 학자 우복 정경세의 사위가 된 뒤 이곳에서 10여 년 동안 지역 인사들과 교류했으며, 이런 연고가 그가 흥암서원에 제향된 배경이 됐다. 학문적 명성과 정치적 후원에 더해 지역 기반까지 결합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건축도 독창적이다. 강학 공간을 앞에, 제향 공간을 뒤에 두는 배치는 기호학파 서원의 전형이다. 흥암서원은 여기에 더해 강당 뒤편에 동·서재를 배치했는데, 이는 강당 앞에 동·서재를 두는 영남식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대규모 강당 '진수당'은 앞면을 개방하고 뒷면을 창호로 꾸며 영남학파 양식을 따랐으며, 원생 중 하층이 거처한 '하반청(下班廳)'은 다른 서원에서는 보기 드문 시설이다.

흥암서원은 지금도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 '춘추향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조선 후기 영남 지역 노론 세력의 분포와 서원 운영, 사회 기반을 보여주는 자료가 풍부하다. 학계는 학술·건축·인물사적 가치를 두루 갖춘 만큼 국가지정문화유산 지정의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문화스포츠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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