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과의 4년째 동행은 서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 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키아프는 국내 50개 갤러리를 포함해, 20여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해 관람객 8만2000여명(3~7일)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보다 늘어난 수치다. 프리즈는 28개국 121개 갤러리가 참여해 나흘간(3~6일) 48개국에서 7만명이 찾았다. 160개 이상의 세계 유수 미술관·기관 관계자들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미술 시장 불확실성에도 프리즈 서울 역대 최고가 작품 판매가 이뤄지는 등 소비 심리 회복과 시장 저변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 키아프 서울 내부 전경. Kiaf SEOUL 2025
2025 키아프 서울 내부 전경. Kiaf SEOUL 2025
올해 키아프는 내실 다지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참여 갤러리는 175개로, 지난해 206개보다 크게 줄었으나, 그만큼 갤러리 간 통로를 넓히고 편의시설을 2배 이상 늘려 관람객의 호평을 끌어냈다. 입점 브랜드 중 하나인 태극당 부스에는 긴 줄이 이어져 연일 전 메뉴 품절 기록을 세웠다.
올해 페어에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거장부터 신진 작가의 작품이 고르게 판매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제이원 갤러리는 바바라 크루거 작가의 작품을 5억원대에 판매했고, 가나아트는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을 약 3.2억원에 거래했다. 갤러리 현대는 1.4억원대 김보희 작품을 완판했다. 2억원대 김창렬 작품도 새 주인을 찾았다. 갤러리 바지우는 이응노의 작품을 1.4억원에 판매했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묘법'을 4억원대에 거래했고,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 '컬러마운틴' 조각 연작 시리즈를 완판했다. 선화랑은 이정지의 200호 작품을 1.6억원대 판매했으며, 예화랑은 박석원 조각을 7000만원, 학고재 갤러리는 엄정순 대형작을 6000만원에 거래했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키아프는 전반적으로 젊은 작가부터 중견·원로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 패러다임을 선보이면서 다양성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20·30대 젊은 세대 컬렉터 층과 아시아·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컬렉터들의 방문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혜미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작년보다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것을 실감했고, 판매도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장영호 맥화랑 대표는 "키아프 전시 퀄리티와 관람 환경이 프리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이를 통해 작가들의 해외 진출과 국제 네트워킹 확장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독일에 기반을 둔 Kornfeld 갤러리의 막시밀리안 에거 파트너는 "올해 키아프의 전반적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한국 작가들의 강력한 존재감을 발견했다. 키아프를 통해 홍성준, 황원해 작가과 인연을 맺고, 두 분을 베를리 68프로젝트 레지던시에 초청했다"고 했다.
프리즈 서울 2025 내부 전경. 프리즈 서울 2025
올해로 4회를 맞은 프리즈 서울에선 마크 브래드포드의 3부작 'Okay, then I apologize'(2025)가 62억6000만원에 팔려 주목을 받았다. 조지 콘도의 'Purple Sunshine'(2025)은 16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루이스 부르주아의 드로잉 2점은 각각 13억원2000만원, 8억3000만원에 판매됐다. 라시드 존스의 회화는 10억40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프리즈 서울의 작품 판매대는 키아프 서울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화이트 큐브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Erstens, bitte sch?n'(2014)을 21억2000만원,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조각 2점을 각각 8억원, 4억7000만원에 판매했다. 스프루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Thinking and Smiling'(2025)을 25억원, 로버트 모리스의 펠트 작품을 8억3000만원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Es ist dunkel, es ist'(2019)를 29억3000만원, 알렉스 카츠의 회화를 12억5000만원에 거래했다.
국내 갤러리로는 국제갤러리가 박서보의 캔버스 혼합매체 작품을 9억원, 제니 홀저 작품을 6억7000만원 수준에 판매했다. 갤러리 현대는 정상화의 회화를 약 8억3000만원에, 티타 김 갤러리는 김창열 회화를 약 4억9000만원에, PKM갤러리는 윤형근 작품을 약 5억6000만원에 거래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 참여 갤러리는 판매 증가와 국제적 네트워크 강화를 호평했다. 타데우스 로팍의 창립자 타데우스 로팍은 "올해 그 어느 해보다 컬렉터들의 에너지와 매매 속도가 뚜렷하게 상승했다. 한국, 일본, 태국,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 판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작년보다 신규 컬렉터 방문이 늘어나 판매가 증가했다. 갤러리를 새롭게 알게 된 고객층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테이크 니나가와의 창립자인 니나가와 아쓰코는 "개막 10분 만에 미국 주요 미술관 후원자들을 만나 여러 작품을 판매했다. 그 중 일부는 미국 기관에 소장됐다"고 했다. 레지 크람프 콜렉션 창립자인 레지 크람프는 "서울이 얼마나 놀라운 도시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호평했다.
프리즈 서울 2025 내부 전경. 프리즈 서울 2025
올해로 4해째 협력을 이어가는 '키아프리즈'는 긍정적 협력 효과를 낳고 있다. 세계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프리즈는 국제 시장에 한국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키아프 단일 역량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행사 주목도와 경쟁력 상승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키아프는 효율성을 앞세워 물량으로 승부했던 과거 기조에서 과감히 탈피해, 관람객 이용 편의도에 맞춰 전반적인 부스 구성을 재편하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긍정 평가를 얻었다. 다만 키아프가 프리즈의 위세에 눌려 중저가 시장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키아프리즈'에서 프리즈는 63억대 최고가를 비롯해 수십억대 작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키아프는 5억원대 이하, 수천만원대 작품이 다수를 차지했다. 키아프와 프리즈에 각각 부스를 마련한 국제갤러리의 경우, 키아프와 프리즈에서 각각 4억원, 9억원의 최고판매가 격차를 보였다. 갤러리 현대 역시 각각 1.4억원, 8억3000만원의 차이를 드러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키아프리즈'의 동행이 상호 긍정 효과를 낳고 있지만, '고가' 프리즈, '중저가' 키아프란 이미지가 자리 잡지 않도록 대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키아프리즈' 동행의 5년 계약은 내년이 마지막 해지만, 양측은 지속 협력을 논의 중이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 행사 기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아시아 도시들과 비교해 서울은 미술관이나 활동하는 아티스트 수가 많고, 수준도 매우 높다. 볼거리가 아주 많다"며 "양측 파트너십은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계로 가길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