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단계 대러 제재 시행 준비돼'…EU와 공조 나서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시행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소극적인 러시아의 '돈줄'을 조이며 휴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2단계 제재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느냐"라는 취재진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앞서 미국은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산 석유의 주요 구매국인 인도에 기존 25% 상호관세에 추가 25%,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며 1단계 2차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직접 관세를 부과할 뿐 아니라 석유 등 러시아산 제품을 구입하는 다른 나라들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2단계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강행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반미(反美)·반서방 결속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NBC 방송 인터뷰에서 유럽과 공조해 2차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와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오래 버틸지가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EU가 추가 제재에 들어가서 러시아 석유를 사는 나라들에 대한 2차 관세를 부과하면 러시아 경제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고, 그것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선트 장관은 8일 워싱턴D.C.에서 데이비드 오설리번 제재 담당 특사가 이끄는 EU 대표단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대러 경제 제재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정이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베선트 장관과 통화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서 "살인자를 멈추는 방법은 그의 무기를 빼앗는 것"이라며 "에너지가 그의 무기"라고 대러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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