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25%땐 韓GDP 0.4% 감소…'성장률 하락폭 줄였지만 부담 여전'

"0%에서 15%로 오른 절대 부담 고려해야"
"성장률·무역수지 재시뮬레이션 필요"

한미가 30일(현지시간) 무역협상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은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율을 확보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다만 기존 0% 수준이던 대미 관세가 15%로 높아지면서 성장률과 무역수지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모두 15%로 낮췄다고 해도 우리 입장에서는 기존 0%에서 15%로 오른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없더라도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망에서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약 0.4% 줄어들 것이라는 추정치가 있었다"며 "이번 결과를 반영해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자체가 여전히 수출 경쟁력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번 합의로 성장률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고 무역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앞서 한국은행은 관세 리스크 완화 시 성장률이 0.1~0.3%포인트가량 상향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미국의 유효 관세율이 약 17% 수준으로 하락하면 글로벌 성장률이 0.2%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추정대로 25% 관세가 부과됐다면 한국 성장률은 0.4%포인트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번 타결로 그 부담은 일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는 "이번 통상 협상으로 우리나라 무역수지와 성장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주요 기관에서 전망한 올해 성장률) 0.8%는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조선 협력 등을 한다고 하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가 깨질 우려가 있다"며 "제조업 중심 국가이고 이를 통해 수출하는 만큼 산업에 영향을 준다면 상당 기간에 걸쳐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 (산업활동동향) 지표들을 보면 생산, 소비는 늘어나는데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며 "투자는 미래를 위해서 쓰는 건데 줄어든다는 얘기는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수출과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된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경제동향·전망실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여건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는데 그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며 "올해 통관 수출(6706억달러)이 1.9% 줄고 무역수지(524억달러)는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현 수준에서는 전망이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출이 줄긴 했지만 무역수지가 감소해야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성장률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며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기존 성장률 전망치보다 낮아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은 "미국 관세 협상 영향이 성장률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대미 수출이 굉장히 안 좋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 결과를 보면 미국 수출이 작년 대비 확실히 줄었지만 오히려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는 늘어나는 등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축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라 성장률 하락까지 이어지기는 단계가 좀 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산업은 이번 합의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 업체들과 동일한 조건을 확보했으나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경쟁력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수출의 3분의 1이 자동차, 자동차 부품 쪽인데 25%에서 15%로 낮췄으니 (전보다는)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미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지만 수출은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낮아진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를 하기로 했는데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게 무너진 점은 손해"라고 짚었다.

다만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에 대한 고율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 중이며, 8월1일부터는 구리 반제품과 파생 제품에도 50% 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여전히 대미 수출 부담이 큰 상황이다.

경제계에선 관세율 인하를 계기로 기업 심리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미국의 통상 정책이 향후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는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확대와 해외시장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종합해보면 이번 합의는 관세율을 일본·EU와 동일한 15%로 맞춘 것으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한미 FTA가 있는 상황에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과 유럽이 먼저 합의한 상황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코너에 몰린 처지였고, 이런 조건에서 이번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나쁜 성과는 아니라고 본다"며 "업계가 정부에 요구했던 것은 최소한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었는데 이 부분은 충족됐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관세 인하로 무역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을 계기로 대미 수출 전략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의 관세 부담 완화를 위해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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