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국산 풍력발전 시스템의 수출 길이 열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은 재생에너지국제인증체(이하 IECRE)로부터 풍력 분야 국제공인 재생에너지 시험기관(이하 RETL)의 자격을 부여받아 국산 풍력발전 시스템을 수출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31일 밝혔다.
풍력발전 시스템의 외부 현장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IECRE는 국제표준화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산하의 인증 시스템으로 태양광·풍력·해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과 설비의 국제인증을 통일된 기준으로 평가해 인정하는 체계다. RETL은 IECRE 인증 시스템 안에서 재생에너지 설비의 성능·안전성·신뢰성 등을 IEC 표준에 따라 시험할 수 있는 기관을 말한다. 이 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는 IECRE 회원국 간에 상호 인정이 가능하다.
RETL 인증을 받기 이전에 국산 풍력발전 시스템은 해외 시험기관에 의존해 왔다. 한국인정기구(KOLAS)가 발급한 시험성적서가 있어도 해외에서는 RETL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RET에서 시험성적서를 받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성능시험 중 국내 풍력발전 기술의 설계 정보 등 데이터가 해외 기관에 유출될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에기연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 IECRE로 부터 풍력발전 시스템의 출력 성능과 기계적 하중 측정 부문의 RETL 자격을 부여받는데 성공했다.
출력 성능과 기계적 하중 측정 시험은 풍력발전 시스템의 인증을 위한 필수 시험 항목이다. 야외에 설치된 풍력발전 시스템 실물이 1년 이상 혹독한 측정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하려면, 측정 시스템의 설치부터 장기 데이터 관리까지 상당한 노하우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특히 기계적 하중 측정 시험은 풍력발전 시스템의 구조적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시험으로 블레이드, 주축, 타워 등 주요 부위에 발생하는 하중을 다양한 운전 조건에서 정밀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시계열 하중, 주파수 응답 특성, 피로 하중 등을 포함한 고급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받아 통과가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에기연은 한국인정기구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다만 글로벌 풍력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RETL 자격 취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그간 측정 시스템 개선과 시험 기반 고도화에 나서는 동시에 관련 지침서와 시험 분석 프로그램을 전면 개정해 최신 시험 항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앞으로 에기연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양질의 IECRE 시스템 기반의 시험서비스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시험을 추진하고, 국내 독자 기술의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에기연 풍력연구단 손은국 박사는 "앞으로는 에기연이 발급하는 시험성적서도 해외 시장에서 상호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국산 풍력발전 시스템의 해외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