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배달 수수료'라는 고차방정식

배달 수수료 상한제에 내포된 가격통제의 과격함이나 여기에서 비롯될 시장원리의 왜곡 같은 담론에 앞서서 따져볼 것들이 있다. 그게 과연 음식점주들에게 중장기적으로 이롭겠는지, 나아가 배달 기사들이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지는 않을는지 같은 문제다. 특히 유의해야 할 건 맥락이 훼손된 단선적인 접근이다. 예를 들어 점주들에게 "수수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하면 좋겠느냐"고, 앞뒤 없이 대답이 뻔한 질문을 던지면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만일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제하면 예상하지 못한 대목에서 비용의 증가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렇게 하길 원하느냐"고 하면 반응은 확 달라질 수 있다. 플랫폼들이 수수료 상한제에 따른 이윤의 감소를 만회하려 광고비나 여타의 부대비용을 점주들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공론장에서 충분하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들이 수익성 악화의 부담으로 서비스 경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소비자들에게 추가로 부담을 지울 경우 점주들의 매출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렇게 되면 손님을 받지 않고 배달만을 하는 더 작은 가게들은 활로를 아예 잃을 수도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입각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 등이 경제사회적 약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 것과 비슷한 경로로 상황이 흘러갈지 모른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이 이 논의에서 배달기사들의 권익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배달기사들은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배달비 하락으로 직결돼 기사들의 수익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며 "배달 기사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수수료 논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전국 배달 협력사 바른 정책 실천을 위한 대표 모임).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또한 파업 등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끌어올린다. 배달플랫폼노조의 경우 배달의민족·쿠팡 등 플랫폼들의 배달료 삭감을 문제 삼고 있는데, 수수료 상한제가 시행되는 경우 어떤 원리로든 이들의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공공배달앱인 '땡겨요'조차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수수료 상한선 기준(15%)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미국 뉴욕시가 지난 5월 배달 수수료 상한을 23%에서 43%로 올리고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등이 상한을 아예 없앤 건 수수료 상한제가 소비자들의 비용을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배달 주문을 감소시키는 등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준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2021년 이후 수수료에 상한을 둔 미국 14개 지역 내 배달거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소비자들의 비용이 평균 7~20% 증가하고 주문은 7% 감소했다고 한다.

가격의 인위적인 통제, 나아가 경제·산업에 대한 무리한 '계획'은 그 부작용을 전혀 엉뚱한 고리로 전가하는 고통의 풍선효과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적 지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경계하는 목소리 자체를 반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지위 남용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와 이런저런 연유로 가동되는 사회적 장치가 이미 겹겹이 갖춰진 마당에, 어떤 법률에 적용시켜야 하는지조차 논쟁적인 가격통제 방안을 밀어붙일 이유가 적어도 현 시점에선 별로 없어 보인다. 이처럼 차수가 높은 방정식의 해답을 단순연산 푸는 듯이 그것도 정치적으로 내려버리는 게 다름 아닌 포퓰리즘이다.

바이오중기벤처부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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