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기자
출생률 위기를 직면한 중국이 유치원 무상 교육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인민일보, 신징바오 등 중국 다수 언론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리창 총리 주재로 열린 상무회의에서 유치원 무상교육 점진적 시행 관련 사항이 논의됐다.
중국이 유치원 무상 교육에 나선다. 중국 국기. 픽사베이.
유치원 무상 교육은 중국 당국이 저출생 위기를 해결하려는 해결책으로 풀이된다. 왕젠 중국 교육과학연구원 교육재정연구소 연구원은 "유아 교육이 아이들이 정규 교육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점이지만 경제 발전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양육비 및 교육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면서 무상 교육이 시작되면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1월 발표된 '교육 강국 건설 계획 요강(2024-2035년)'에 따르면 중국은 무상교육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넓힐 예정이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 유아교육법'은 "무상 교육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가계 보육 교육 비용을 낮출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5일에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는 이러한 관련 법률 및 정책 규정을 구체화하는 자리인 셈이다.
유치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저소득층 가정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어린이도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기에 기대가 높다. 왕젠 소장은 "인구 변화,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기본 보장 및 보편성 원칙에 따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 고아, 장애 아동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 연계 및 최저 생활 보장 등의 지침에 따라 체계적인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별 인구 증감 양극화 추세가 강하게 드러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출생이 이어지면서 유치원도 감소추세다. '2024 전국 교육 사업 발전 통계 공보'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유치원은 총 25만 3300개며 유치원생은 2천584만 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유치원 무상 교육에 나선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현재 중국 유치원은 지역별로 상이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기준 공립 한 달 학비는 1000~2000위안(약 19만 2000원~38만 5000원) 수준이다. 공립일 경우 한 달 5000~1만위안(약 96만원~192만원)이다. 올해 발표된 중국 월 최저임금이 베이징 2520위안(48만원5000), 상하이가 2740위안(약 52만 8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학비에 대한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광저우에 거주하는 왕씨는 광명망에 "매달 보육료, 식비, 취미반, 교재비 등 합치면 1000위안(약 19만2000원)이 넘게 든다"라면서 "무상교육이 시작되면 우리 가족은 연간 1만위안(약 192만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왕씨는 "유치원 학비가 부담돼 가정에서 교육하는 집도 많다"면서 "무상 교육이 진행되면 더 많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왕젠 소장은 무상 유아 교육 시행을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막대한 재정, 물적, 인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어린이집 무상 교육 추진, 보육비 면제 사업 우선, 취약 계층 우선, 특정 지역 우선의 네 가지 측면에서 점진적으로 수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가오빙청 중국교육과학원 기초교육연구소 부연구원은 유치원 무상교육이 부모의 부담으로 덜지만, 정부의 책임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치원 운영 실태, 재정 지원 수준, 보육 및 교육, 교육 방향, 교직원 등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유치원이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안전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연간 출생아 수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0만 명을 밑돌면서 전체 인구 역시 3년 내리 감소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교육부 통계를 인용해 2020년 4800만명이던 중국의 유치원 등록 원아 수가 2024년에는 3600만명으로 25%(1200만명) 감소했다고 전했다. 유치원 수는 2021년 29만5000곳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지난해 말까지 4만1500곳이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