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 급히 내린 버스기사…정류장에 쓰러진 시민 심폐소생술로 살렸다

서울 시내버스 171번 기사 정영준 씨
정류장에 쓰러진 시민 발견 후 CPR 실시
승객들 "너무 감동적"

서울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운행 중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로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진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시내버스 171번 기사 정영준 씨.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제공.

28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버스 정류장에서 6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주위의 학생들이 놀라 머뭇거리던 그때 곧장 뛰어와 응급조치를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당시 시내버스 171번(도원교통)을 운전하고 있던 기사 정영준(62)씨다.

정씨는 정류장에 진입하던 중 쓰러진 사람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한 정씨는 곧바로 버스에서 내려 쓰러진 남성에게 다가갔다. 정씨는 남성의 혀가 말려있고 호흡과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장 기도를 확보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지 4분가량 됐을 때, 남성은 숨을 뱉어내고 조금씩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정씨는 주변 학생들에게 남성을 119 구급대에 잘 인계해달라고 부탁한 뒤 다시 버스에 올랐다. 그는 승객들에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하고 운행을 재개했다. 쓰러졌던 남성은 이후 의식을 회복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회사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매년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마저 버스를 운행하면서 '배운 대로 하면 되는구나,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는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대면 교육을 매년 4시간씩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연 12시간 이수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교육(온라인) 과정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씨에게 감동했다며 과자와 함께 인사를 건네는 승객.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제공.

사람을 살리고 다시 묵묵히 버스를 운행하는 그의 모습을 본 승객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운행이 지체됐지만 모두가 "괜찮다"며 응원의 말을 건넸고, 한 승객은 하차할 때 과자를 건네며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조합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도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날짜가 좀 지났지만 칭찬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당시 "기사님이 급하게 내리신 후 바로 심폐소생술을 하셨다"며 "몇 분 정도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하시고 나서 쓰러져있던 분이 기침하며 의식을 찾는 모습이 보였고, 기사님이 안도하시면서 버스로 오셔서 출발하셨다"고 적었다.

정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버스에서 기다려주신 승객분들도 있는데 운행이 지체된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고 격려해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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