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한국기업평가는 28일 상법 개정으로 기업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에 초점을 맞춘 재무 전략을 추진할 경우 향후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상법 개정 자체가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이 채권자보다 주주이익 측면에 쏠릴 가능성은 경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김경무 한기평 평가기준실 실장은 이날 공개된 '상법 개정과 신용평가 - 경영재무전략 변화에 따른 채권자 이익 침해 경계해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소액주주 이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상법 개정으로 채권자보다는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채권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용평가의 관점에서도 기업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채권자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신용도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사 충실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정 상법은 지난 22일자로 공포된 상태다. 이 가운데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됐으며, 나머지 개정 사항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전자주주총회 관련 조항은 2027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포함한 2차 상법 개정도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개정 상법으로 인해 향후 기업 경영상 재무전략 변화가 뒤따르면서 재무 위험 측면에서 신용도에 부정적 여파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구체적으로는 배당 확대, 유상증자 위축, 자사주 소각 등의 사례가 제시됐다.
먼저 김 실장은 "주주친화적 경영 유도와 배당 촉진 세제 개편으로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면서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레버리지 지표 저하에 따른 재무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가 희석을 우려하는 소액주주 반발로 인해 유상증자가 감소할 것"이라며 재무안정성 저하, 신종자본증권 등 대체자본 활용 증가에 따른 자본의 질적 저하 가능성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자사주소각이 의무화할 경우 자사주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등 재무전략 유연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재 국회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김 실장은 "상법 개정 자체를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상법 개정 방향이 소액주주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이 채권자보다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친화적 경영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여건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용등급에 상응하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주친화적 경영이 병행되는지 여부가 신용도 방향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개정 상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이해충돌 사례를 통해 '주주와 채권자 간 적절한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모범적인 관행과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