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래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골프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낮의 찌는 더위를 피해 야간 라운드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야간영업을 도입한 골프장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시원한 저녁 시간대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 골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야간영업 골프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야간영업을 실시하는 골프장은 238개소로, 전체 골프장 527개소(군 골프장 제외) 중 45.2%에 해당한다.
야간영업을 하는 18홀 이상의 대중형 골프장은 128개소로, 전체 261개소 중 49.0%를 차지했다. 9홀 대중형 골프장의 경우 112개소 중 57개소(50.9%)가 야간영업을 하고 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154개소 중 53개소(34.4%)만이 야간에도 문을 연다.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야간영업을 하는 골프장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CC
대중형 골프장이 야간영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주간 라운드 수요가 줄면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코스 잔디 훼손과 인력 운영 문제 등으로 인해 야간 운영에 소극적이다. 특히 대기업이 운영하거나 공공 목적의 회원제 골프장, 소수 정예 회원 중심의 프리미엄 골프장들은 잔디 보호를 이유로 야간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는 골프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영남권에 야간영업 골프장이 집중돼 있다. 수도권의 경우 전년 대비 5개소 증가한 78개소가 밤에도 코스를 개방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의 32.8%에 해당한다. 이어 대구·경북권이 45개소, 부산·울산·경남권이 35개소로 뒤를 이었다. 강원도(24개소)와 충북(21개소) 역시 수도권 골퍼들을 주요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야간 골프 수요가 적은 전북은 4개소, 제주도는 2개소에 그쳤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야간영업 골프장은 2021년 166개소에서 2023년 184개소, 2024년에는 213개소로 늘었고, 올해는 238개소로 증가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72개소가 늘어난 셈이다.
야간 라운드는 비용 면에서도 확실한 장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벨라스톤CC'의 경우, 7월 기준 주중 주간 그린피는 12만9000원, 주말은 15만9000원이지만, 야간에는 각각 9만9000원, 12만9000원으로 약 3만원 저렴하다. 캐디피도 주간 팀당 16만원에서 야간에는 10만원(마샬 캐디 기준)으로 낮아진다. 1인 기준 최대 4만5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대중 골프장인 여주의 '소피아그린CC'도 마찬가지다. 이 골프장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며, 7월 기준 주중 그린피는 16만원, 주말은 22만원이지만 야간에는 주중 13만원, 주말 16만원으로 3만~6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야간 골프는 비용이 저렴하고 시원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어 여성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며 "골프장과 골퍼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지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는 야간영업 골프장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