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롯데쇼핑이 내수 침체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나 매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면서다. 5년 만에 등기이사에 복귀하고, 12년 만에 경영 전면에 등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사업 전략을 주문한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제공
24일 유통·증권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8일 발표할 예정인 롯데쇼핑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7% 감소한 540억원, 매출은 0.6% 상승한 3조4482억원으로 예상됐다. 롯데백화점은 명품과 식품, 가전 등을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올렸으나 고마진의 패션 부문에서 날씨 영향으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 미만으로 분석된다. 국내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가량 감소한 57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3% 줄어든 9641억원, 영업손실은 280억원으로 예상됐다. 국내 할인점에 지난해 10월 e커머스 사업부로부터 e그로서리를 이관하며 발생한 비용 150억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이 밖에 e커머스 사업은 영업손실 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0억원보다 적자 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백화점과 마트 부문은 정체한 국내시장 대신 해외사업을 통해 실적 부진을 일부 만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비롯해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해외 백화점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9% 증가한데 이어 2분기에도 두 자릿수 신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롯데마트도 현재 15개 매장을 운영 중인 베트남에서 지난해 매출 3965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각각 9.3%와 28.9%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K푸드와 뷰티 등 인기 제품을 내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입구에서 고객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다만 롯데쇼핑의 전체 실적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해외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과 235억원으로 전체의 15~16%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해외 매출을 3조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와 소비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 현지 운영법인을 설립해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해외 복합단지와 쇼핑몰 중심의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PB(자체브랜드) 상품의 수출을 미국과 싱가포르, 동남아 등으로 확장해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내수 시장에서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지난 16~17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열린 '2025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 유통군에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 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급변하는 온·오프라인 소비시장의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주요 사업부문은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개보수)과 특화점 출점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을 37년 만에 리모델링해 2027년 매출 4조원 규모의 백화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본점도 단계적으로 재단장하고 인천·노원점도 리뉴얼하기로 했다. 또 백화점과 쇼핑몰을 결합한 '타임빌라스'를 지난해 수원에 처음 선보인 데 이어 군산·광주 수완·김해·동부산점 등 기존 점포를 타임빌라스로 전환하고 대구 수성·인천 송도·서울 상암·전주에는 타임빌라스를 신규로 출점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소비자의 수요가 높은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에 힘을 주고 있다. 앞서 6년 만의 신규 출점으로 지난 1월 서울 강동구에 문을 연 천호점은 매장의 80%를 식료품으로 채웠고, 지난달 26일 오픈한 구리점도 90%가량을 먹거리로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