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영기자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활동 국가가 됐다. 지난해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수는 미국 325개, 일본 151개, 한국 49개 순이었다. 우리나라와 자본시장 규제 및 기업 지배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시작된 기업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주가 상승이 있었다.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더 활발해질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사례를 참고해 주가 상승이 있을 종목을 가늠해볼 수 있다.
18일 한화투자증권은 '일본-우리나라 주주행동주의, 지배구조 프리미엄' 보고서를 통해 행동주의 활동으로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요구가 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수익률 측면에서 볼 때 '이사회 의석 확보'가 가장 높은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우선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는 기업이 '말을 잘 듣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펀드가 제시하는 주주환원 확대, 사업 구조 개편,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기업이 실제로 실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해 주가 상승을 견인한다. 또한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보다는 기업 펀더멘털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요구를 수용해 체질을 개선하면 이는 지속적인 주가 상승 동력이 된다.
지난해 일본 사례를 볼 때 행동주의 캠페인은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과 같은 '자본 환원'이 6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이사회 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 평균 1년 누적 초과 수익률 15.6%로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시장이 이사회 구성원 변화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당 및 자사주 등 자본 환원과 사업 분할·매각도 평균 1년 누적 초과 수익률이 각각 11.3%와 9.8%로 비교적 높은 성과를 보였다. 행동주의의 단순 지분 보유(Stake-Only)는 4.6%에 그쳤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모델이 보여준 거버넌스 개선→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본 유입→초과수익 실현 선순환 구조'는 우리 시장에서도 재현될 토대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일본 시장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이 활성화되고 주주 제안이 증가하는 것은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에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투자자들에게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높은 현금 보유량을 넘어, 이사회 구성의 불균형, 낮은 독립성, 경영진의 과도한 보상 등 지배구조 취약점을 가진 기업에 주목하고 ▲밸류업 예비 편입 기업 중 배당성향 확대 및 소각 계획을 명확히 밝힌 종목을 선매수하는 등 전략을 고민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