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이상 근로→소득' 고용보험 기준개편안… N잡러·영세업자 '반갑지 않다'

"개인 회생 중이면 불이익 우려
업체 측은 늘어나는 비용 부담"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IT, 물류, 학원, 식당 등의 업종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세 사업자들의 비용 부담 증가와 함께 '근로자성'을 둘러싼 분쟁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개정안)을 8월18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주 15시간 이상 근로'에서 '소득 기준'으로 변경하고, 여러 사업장에서 발생한 소득을 합산해 기준 금액을 넘기면 본인의 신청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배달원이 배달하고 있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내용과는 무관. 아시아경제DB.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고용보험 가입 대상으로 포섭된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도 월 급여의 0.9%를 부담해야 한다. 2025년 5월 기준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176만3000명이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사회 보장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겠으나 결국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나게 되면 비용 측면에서는 기업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초단시간 근로자까지 확대된다면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해 결국 큰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단시간 근로자 고용이 많은 일부 업종에 개정안의 여파가 직접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용보험 제도는 사업장 단위로 가입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근로자가 한 사업장에서 주당 10시간, 다른 사업장에서 5시간 일하면 고용보험 가입을 할 수 없다. 이에 IT, 물류, 학원, 식당 등의 업종에서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되지 않도록 주 15시간 미만으로 계약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존재하기도 했다. 최현준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38·변호사시험 5회)는 "개정안이 특정 업종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 사업장 1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일하는 'N잡러' 등이 생겨난 근무 환경 변화를 고려한 것"이라며 "이러한 형태의 근무가 비교적 일반적인 IT 업종 등에서 고용보험 가입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대로 시행된다면 '근로자성'을 다투는 법적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21년과 2022년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 중 19개 일부 직종은 월 보수 80만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피보험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직종에 해당되지 않거나 고용보험법 적용 대상임에도 가입이 누락됐던 사각지대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근로자성 여부가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동명 법무법인 최앤리 변호사(36·8회)는 "그간 3.3%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후 사업소득을 지급받던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중 실질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사람들은 근로자성 인정으로 받을 실익이 더 커지기 때문에 근로자 지위 인정에 관한 분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회사의 구성원 중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인원의 고용보험 가입 필요 여부, 그리고 근로자성 인정 여부 등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빈번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41·3회)는 "개인회생 중이거나 소득 노출을 꺼리는 일부 라이더·프리랜서들은 소득이 공식적으로 드러났을 때의 불이익을 우려해 오히려 고용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는다"며 "고용보험 적용 확대는 제도 밖에 있던 이들을 사각지대에서 보호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변화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향후 근로기준법 등 다른 노동법 체계에서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배제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40일간 각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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