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총기 난사범, 은둔자에 일인칭 슈팅 게임에 빠져'

경찰 "입대 탈락 후 치밀하게 범행 계획"
경찰과 학교의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 줄어

오스트리아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인 용의자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일인칭 슈팅(FPS) 게임에 깊이 빠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A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미하엘 로네거 슈타이어마르크주(州) 형사수사국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극도로 은둔적인 삶을 살았으며 현실 세계의 일상적인 활동에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며 "현실 세계보다 가상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했고 일인칭 슈팅 게임에 몰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오스트리아 남동부 그라츠의 한 중앙 광장에서 학교 총격 사건 희생자를 추모 행사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10일 용의자(21)는 자신이 과거 재학했던 오스트리아 남동부 그라츠의 한 고등학교에 무단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벌여 학생과 교직원 등 10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학교 내 총격 사건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례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이 학교에서 10학년을 두 차례 낙제한 끝에 중퇴했고 이후 입대를 시도했으나 심리 검사에서 탈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간 총기 소지 허가를 위한 심리 검사는 통과해 지난 4~5월 사이 합법적으로 권총과 산탄총을 구매했다.

이에 현재 내무부는 해당 심리 평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로네거 국장은 "피해자 대부분은 용의자와 개인적인 연관이 없었으며, 숨진 교사 1명만이 그를 알고 있었지만 범행 동기와의 직접적 연결 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용의자가 학교 내 괴롭힘을 당한 데 대한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로네거 국장은 "학교, 학생, 교직원에 대해 분노나 불만을 표출한 증거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는 지난 3월부터 사격장에서 훈련받아왔으며, 자택에서는 폭탄 테러 계획서와 파이프 폭탄도 발견됐다. 나아가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범행 동기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단서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오스트리아 거리 곳곳에는 피해자에 대한 추모가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오스트리아 경찰과 학교의 신속한 대응이 국민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신고를 접수한 지 6분 만에 첫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2분 뒤 특수부대(COBRA) 요원 50여 명이 도착해 즉시 학교 안으로 진입했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분석해 도착 즉시 현장에 진입하는 전술을 채택했다. 이는 2018년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학교에 진입하지 않고 밖에서 한동안 머뭇거렸다가 비판받은 점을 반영한 조처다. 여기에 학교 측 비상 대응 훈련도 주효했다. 사건이 발생한 고등학교의 노르베르트 우라블 교감은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침착하게 대응했다"며 "문을 잠그고 잠기지 않는 문은 책상 등으로 막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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