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모펀드 공룡 MBK에 도전장 낸 로백스 김기동·장진석 변호사

서울지검 특수1부장,원전비리 수사단장,
대검 반부패TF단장 출신 특별수사통이
MBK와 홈플러스 유동화 채권을 겨눈 이유

'홈플러스 단기 사채 사태'로 4019억2000만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00일째를 맞았지만, 자산 유동화 채권(ABSTB) 투자 피해자들을 구제할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초단기 카드 외상' 형태의 돌려막기로 진행됐던 채권 발행 과정에 사기 고의성이 있었는지, 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 측의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등도 가려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형사고소를 포함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 청구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신청이 석연치 않다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하지만 대형 로펌들은 나서지 않는다. '큰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나선 것이 서초동에서 금융·특별수사통 검사 출신들이 즐비하게 포진했다는 말을 듣는 법무법인 로백스다. 로백스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줄줄이 지낸 김기동(연수원 21기), 이동열(연수원22기), 김후곤(연수원24기) 대표변호사가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검찰이 수사한 대형비리 사건들은 대부분 이들의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경제는 사모펀드 업계 공룡인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소를 추진하고 있는 김기동 대표변호사, 장진석(연수원 21기) 대표변호사를 만나 속사정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와 편법적 자산 유동화 등 여러 문제가 겹쳐 있는 사안이라 사명감을 갖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기동(오른쪽), 장진석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어떻게 이번 소송에 나서게 됐나.

▲(김 변호사) 우리 로펌은 금융과 기업 범죄 경험이 풍부하다. 지난 3월 홈플러스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이 사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소통을 하면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하다보니 우리 로펌 외에는 이 문제에 나서는 곳이 많지 않다는 걸 체감했다. 사모펀드가 포함돼 있지만, 증권사와 카드사도 엮인 사건이다 보니 대형 로펌이 나서기 힘든 구조다. 자산 유동화 방식부터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걸 포착했고, 집단소송으로 가야 하는 사안이라고 파악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왜 발생했다고 보나.

▲(장 변호사) 큰 그림부터 그려보겠다. 문제가 된 '홈플러스 유동화 채권'의 발행 흐름은 이렇다. 홈플러스가 거래처에게 돈을 바로 주지 않고 '초단기 카드 외상'으로 대금을 결제했다. 카드사는 "나중에 홈플러스가 갚겠지" 하며 먼저 돈을 내고, 이 '받을 돈'(외상채권)을 증권사에게 넘겨 현금으로 바꿨다. 증권사는 이 채권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또다시 넘겼고, SPC는 이를 '채권 상품' 형태로 포장했다. SPC에게 상품을 받은 증권사는 창구에서 투자자들에게 이 상품을 '연 6~7%의 고수익 채권'이라며 팔았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었던 이 채권은 저금리 상황에서 인기가 높았고, 완판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 건가.

▲(김 변호사) 카드사들이 2023년 1월부터 홈플러스 채권을 유동화한 방식부터 이례적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카드이용대금 채권을 그대로 보유하되 '참가권'만 유동화했다. 그럼 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SPC가 참가권을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했고, 주관 증권사가 연 6~9% 할인율로 총액인수했다. 그 뒤 리테일 증권사를 통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이런 방식은 '자산양도'가 아니라 '수익참가 방식'의 유동화다. 전자의 경우 자산유동화법에 규제를 받는다. 그래서 '수익참가 방식'이라는 변칙적인 방안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SPC는 채권을 양도받는 게 아니라 카드사가 회수하는 원금, 카드사용 수수료, 할부 수수료, 연체 수수료 등에 대해 일정 비율로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채권양도는 아니다. 경제적 실질 면에서는 채권 양도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독특한 방식의 유동화다.

-왜 이런 유동화 방식을 택했다고 보는가.

▲(장 변호사) 그걸 설명하려면, 자산유동화법이 왜 생겼는지 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IMF 위기 이후에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가 중요했다. 부실자산을 털어내야 했고, 그 수요에 맞춰서 유동화전문회사들이 생겼다. 다만 이 경우 자산유동화법에 따른 규제를 다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참가계약' 형태로 하게 되면 양도와 법적인 효과는 똑같은데 책임은 덜 짊어지게 된다.

-그런 구조로 손실을 일반투자자에게 전가하려했다는 것인가.

▲(김 변호사) 그렇게 본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2월28일 'A3'에서 'A3-'로 떨어지고, 나흘 후에 기업회생절차를 돌연 신청했다. 그와 동시에 홈플러스 유동화 채권은 휴지조각이 됐다. 하지만 '홈플러스 유동화 채권' 구조에 참여한 신용카드사, 증권사, SPC 등은 이 구조에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 카드사는 이 채권을 통해 대금을 이미 회수해 홈플러스 부도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투자자들이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김기동(오른쪽), 장진석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그렇다면 이 채권을 상거래 채권으로 볼 수는 없나.

▲(장 변호사) 피해자들은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발행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 법적으로 홈플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라고 보긴 어렵다. SPC 역시 신용카드회사들과 체결한 참가계약에 따라 홈플러스로부터 현금흐름에 참가할 권리만을 가질 뿐 직접적인 채권자는 아니다. 결국 회생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회생채권자는 여전히 신용카드회사들이다. 자산 유동화 채권 투자자들이 법원에 회생채권자로 신고했다 하더라도 이들의 법적 지위는 불확실한 상태라고 보여진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사태를 미연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전인 2015년만 하더라도 홈플러스 신용등급은 A1이었다. 그런데 인수 직후부터 등급이 하락해 올해 A3-까지 내려갔다. 이건 MBK의 무리한 차입매수(LBO) 인수 방식에서 촉발됐다고 보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알짜 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갚았던 것도 문제였다. 회계 및 자금 관련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홈플러스가 상환 불능의 위험을 인식한 시점을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스케줄은

▲(김 변호사) 집단 손해배상 소송 제기와 함께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상대로 사기 및 배임 혐의를 묻는 형사 고소도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발행과 판매 과정에 개입한 카드사와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넘어,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와 편법적 유동화 실태 등 구조적 문제점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사회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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