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뉴질랜드 의회가 의회 결정에 반대하며 회의장서 마오리족 전사 전통춤인 하카 시위를 벌인 의원 3명에게 의회 역사상 가장 긴 정직 처분을 내렸다.
6일 뉴질랜드 헤럴드 등에 따르면 전날 뉴질랜드 의회는 마오리족 정당인 테 파티 마오리당 소속 라위리 와이티티 의원과 데비 응아레와 패커 의원에게 21일 정직 처분을 내렸다. 또 같은 당 하나 라위티 마이피 클라크 의원에게는 7일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는 뉴질랜드 의회 171년 역사상 가장 긴 정직 처분으로, 기존에는 3일 정직이 가장 긴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의회에서 하나 라위티 마이피 클라크 의원이 와이탕이 조약 수정 법안에 반대하며 해당 법안을 찢으며 하카를 추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의회에서 전통 마오리족 전투춤인 하카(haka)를 춘 것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 당시 이들은 1840년 영국과 마오리족 이 맺은 와이탕이(Waitangi) 조약 수정 법안에 반대하며 하카를 췄다. 하카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전사들이 전쟁에 나가기 전 전의를 다지기 위해 추던 춤으로,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내밀면서 발을 구르는 것이 특징이다.
뉴질랜드의 건국 문서로 여겨지는 와이탕이 조약은 대영제국이 마오리 원주민을 통치하지만 토지, 임야, 수산자원, 문화 등 이른바 '타옹가(taonga·보물)'로 불리는 각종 자원에 대한 마오리족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정을 구성한 액트당은 와이탕이 조약이 마오리족에게만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해당 권리를 뉴질랜드인 전체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수정 법안을 냈다. 해당 법안은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으나, 당시 세 의원은 회의장서 하카를 추며 해당 법안을 찢는 등의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다. 이들의 하카 영상은 온라인에서 수억 회 이상 조회됐으며, 의회 외부에서는 이들을 지지하는 하카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 세 의원에 대한 징계안에 여당 의원 전원은 찬성했고, 야당 의원 전원은 반대했다. 뉴질랜드 의회 징계위원회 주디스 콜린스 위원장은 이들의 행동이 "지나치고 의사진행을 방해하며 잠재적으로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받은 세 의원은 "우리가 마오리족이라는 이유로 더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테 파티 마오리당은 이번 징계 결정에 대해 "역사상 가장 심한 처벌"이라면서 "식민권력이 이에 저항하는 원주민을 억압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