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일 외교장관의 '북한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주권을 부정하고 헌법 포기, 제 도포기를 강요하는 가장 적대적인 행위"라며 반발했다.
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부부장이 전날 '미일한의 시대착오적인 비핵화 집념은 우리 국가의 지위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계기로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 담긴 '비핵화' 문구에 대한 반발이다.
김 부부장은 "우리의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망상에 불과하다"면서 "아직까지도 실패한 과거의 꿈속에서 헤매이며 '완전한 비핵화'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은 자기들의 정치적 판별 수준이 어느 정도로 구시대적이고 몰상식한가를 스스로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나 같다"며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실제적이고 매우 강한 핵 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 인민의 총의에 따라 국가의 최고법, 기본법에 영구히 고착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위협과 현재와 미래의 세계 안보 력학(역학) 구도의 변천을 정확히 반영한 필연적 선택의 결과"라며 "그 누가 부정한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의 부정도 인정도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절대로 바꾸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미일한에 있어서 직면한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북한의 현 지위를 흔들어보려는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철저히 포기하고 정면충돌을 피하는 방법을 골똘히 더듬어 찾는 것뿐"이라며 "만일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그 누구의 위협을 떠들어대며 시대착오적인 비핵화에 계속 집념한다면 최강의 자위적 핵 역량 구축을 지향하는 우리의 전진도상에 무제한의 당위성과 명분만을 깔아주게 될 뿐"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 부부장이 자신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지난달 3일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 부산 입항 당시 비난 담화를 낸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비핵화' 관련 공식 반응을 낸 것은 이번이 총 네 번째다. 아울러 대응 수위가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 외무성 대변인 담화 2번, 그리고 이번 김 부부장 담화까지 점차 상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개 공식 반응의 공통점은 미국이 포함된 회의나 외교 공동성명, 국제회의 및 다자간 회의 결과에 대한 반응"이라며 "미국 정부 부처발 비핵화 발언이나 개별 국가의 비핵화 발언에는 상대적으로 즉각적이거나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부재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자제하고 있다"며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일련의 북미 접촉 전 '비핵화 불가' 및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문턱을 확실하게 상기시키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