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영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오는 11일 롯데그룹과 롯데렌탈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8월 8200억원을 들여 매입한 렌터카 업계 2위 SK렌터카에 이어, 1조5730억원으로 업계 1위 롯데렌탈도 사들인 것입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0.8%와 15.7%입니다. 3위 현대캐피탈(12.8%)과 4위 하나캐피탈(6.2%) 렌터카 부문과 차이가 좀 납니다. 어피니티는 도대체 왜 1년도 되지 않아 렌터카 업계 1, 2위를 급하게 사들인 것일까요. 그 배경에 관해 설명합니다.
사모펀드들은 기업을 사고팔 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봅니다. 수백억 원씩 돈을 대주는 출자자(LP)들 대부분이 리스크는 적으면서 또박또박 돈 버는 사업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모펀드들은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의 중요 지표로 에비타(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비 및 무형자산 상각비를 제외한 이익)를 활용합니다.
렌털 사업은 조달 금리, 인구 구조, 소비 행태 등 비교적 예측 가능한 수치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B2C(기업·소비자 거래) 산업 특성상 시장점유율 순위도 아주 천천히 바뀝니다. 따라서 에비타에 대한 예측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에비타를 높여서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야 하는 사모펀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입니다. MBK파트너스가 2013년 웅진코웨이를 1조1900억원에 사들여 2018년 1조6800억원에 다시 웅진그룹에 되판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MBK는 중간에 지분을 쪼개 판 것(블록딜)과 배당받은 돈 등을 포함해 1조원가량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렌터카 회사는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와서 차량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법인 또는 개인 대상 렌털로 돈을 벌고, 3~4년 굴린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서 팔아서 한 번 더 돈을 버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즈니스의 성패는 얼마나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오느냐(조달금리)와 차량을 잘 관리해서(차량 관리) 얼마나 많은 렌털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서 잘 파느냐(중고차 판매)에 좌우됩니다.
먼저 조달 금리를 봅시다.
대부분 렌터카 회사의 부채비율은 350%를 넘습니다. 따라서 고금리일수록 이자 부담이 급증해 이익을 내기 힘들어집니다. 실제 고금리 시절인 2022~2023년 렌터카 시장 성장은 정체됐습니다.
게다가 어피니티가 사들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현대캐피탈, 하나캐피탈 같은 캐피털 회사와 비교해 회사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앞으로는 금리 변수가 실적에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이 축소됩니다. 사모펀드 업계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인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차량 관리와 중고차 판매는 사모펀드들이 중요시하는 이익과 직결됩니다. 차량 관리는 신규 고객 유입과 기존 고객 유지 측면에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차량이 잘 관리돼야 중고차 시장에 내다 팔 차량이 더 많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어피니티가 렌터카 회사를 인수하며 "자동차의 생애 주기를 빈틈없이 관리할 수 있는 카라이프 매니지먼트의 모던화"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강조한 이유입니다. 실제 롯데렌탈은 '차량 방문 정비(차방정) 서비스'로 이 분야에서 앞선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어피니티는 "양사를 독립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카라이프 매니지먼트 모던화'를 위해 양사의 장점을 서로 이식할 것으로 보입니다.
렌털 기간이 만료된 차량을 파는 중고차 매각 이익은 렌터카 사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경우 2023년 렌터카 매각이익이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54% 비중을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실제 어피니티가 지난해 인수한 SK렌터카에서 중고차 판매 사업 강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SK렌터카는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천안 오토아레나'를 104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SK렌터카는 천안 오토아레나를 중고차 경매장으로 탈바꿈시켜 재개장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