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원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재개 신호에 호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대응태세를 무한히 강화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고수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하고 현행 핵물질 생산실태와 전망계획, 2025년도 핵무기연구소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방문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지도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적대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위협'과 '새롭고 전망적인 안보위험성'에 대비하고 국가의 주권, 이익, 발전권을 담보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며 "우리 국가의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며 변함없는 숭고한 의무이고 본분"이라고 밝혔다.
또 "적수들을 철저히 제압하고 정세를 주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은 그 어떤 선언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가용한 물리력의 비축, 기하급수적인 증가"라면서 "지금의 앙양된 기세를 더욱 고조시켜 무기급 핵물질생산계획을 초과 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하는 데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핵기술 역량이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의 비길 데 없는 자존심이고 도도한 기상의 상징"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 힘을 통한 안전 보장이야말로 가장 정정당당한 우리의 투쟁방식이고 선택이고 철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올해 당 제8차 대회가 핵무기 연구 및 생산 부문에 제시한 5개년 기간의 과업들이 완벽하게 수행돼야 한다며 "핵 무력 노선을 관철해나가는 과정에서 중대 분수령이 되는 관건적인 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지지도에는 당 중앙위원회 홍승무 제1부부장과 지도 간부들이 동행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 사진을 보면 이번 현지 지도 장소는 지난해 9월 북한이 공개한 핵물질 농축시설과 같은 장소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대화하겠다고 밝힌 지 6일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은 당분간 대화에 응하지 않고 대치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때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 때 이 기조를 얘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지금은 철저하게 핵 군축을 압박하는 협상용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메시지를 연이어 보내고 있던 시점에 의도적으로 공개한 행보"라며 "핵무기 고도화는 되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