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8번, '이민' 4번 언급…'트럼플레이션' 우려한 FOMC 의사록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 공개
의사록서 "무역" 8번, "이민" 4번 언급
신중한 통화완화 기조 재확인
2인자 월러는 "관세, 인플레 영향 없을 것"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Fed 내부서도 전망 엇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Fed 2인자'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별도 발언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경제 전망과 관련해 Fed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거의 모든 참석자가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상향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의사록은 "이 판단의 근거로 참석자들은 예상보다 강력한 인플레이션 지표, 무역·이민 정책의 잠재적 변화로 인한 영향을 언급했다"며 "무역·이민·재정 및 규제 정책의 잠재적 변화 범위와 시기,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썼다.

의사록에는 특히 '무역(trade)'과 '이민(immigration)'이란 단어가 각각 8차례, 4차례 등장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담기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이민 정책이 수입품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를 낳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미 CNN 방송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예상했던 대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Fed는 지난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4.24~4.5%로 결정하면서, 2025년 금리 인하폭 예상치를 종전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대폭 하향했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을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반등과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통화완화 속도조절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지난달 '스몰컷(0.25%포인트 금리 인하)' 결정에는 위원들 19명 '대다수(vast majority)'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과 관련해 Fed 위원들은 무역 정책으로 단기 상승 위험이 있으며, 2027년은 돼야 목표치인 2%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사록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그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썼다.

통화완화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점도 거듭 확인했다. 의사록은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을 논의하면서 참석자들은 위원회가 정책완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왔거나 근접했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했을 때보다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neutral value)'에 가까워졌고, 향후 몇분기 동안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보다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위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다만 월러 이사는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공개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상당하거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계속 진전될 것이고, 2025년에도 정책 금리 지속 인하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Fed 내부에서도 향후 경제적 여파를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앞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도 지난 3~5일 열린 '2025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이민 정책이 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Fed가 상반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확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28~29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5.2% 반영 중이다. 일주일 전 90.4%에서 상승했다. 오는 3월과 5월까지 현재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각각 60.9%, 47.7% 수준이며 6월까지 현 금리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은 30.6%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 약 10%포인트씩 높아졌다.

국제부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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