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미국 항공사 델타가 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루 전 열렸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키노트가 순례자들의 행진을 연상하게 했다면 델타는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항공의 변화를 첨단 기술을 이용해 파티처럼 느끼고 즐기도록 해 호평을 받았다.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델타의 키노트를 보기 위해 사전에 입장권을 배부받은 이들이 줄지어 '스피어'로 향했다. 이미 스피어의 외부에는 델타의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스피어는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공 모양의 공연장이다.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U2, 이글스와 같은 슈퍼스타가 공연하는 장소를 키노트 현장으로 정한 델타의 선택은 옳았다. 스피어에서 최초로 열리는 키노트에 대한 궁금증이 CES 참가자들을 자극한 것이다.
델타는 이 공연장을 마치 항공기에 탑승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도록 운영했다. 공연장 내부 매점에서는 무료로 기내식과 음료를 나눠줬다. 곳곳에서는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기장과 승무원 복장을 한 이들이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CES 주최 측도 이번 행사가 스피어에서 열리는 최초의 키노트임을 강조하며 흥행을 자극했다. 마침내 키노트가 시작되고 에드 바스티안 델타 CEO가 무대에 등장했다. 연설 중간중간 스피어의 내부를 모두 보여주는 화면이 수시로 바뀌며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키노트 진행 과정에서 일부 기술적 오류도 있었지만 크게 흠잡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연설 내내 스피어의 세계 최대 규모 LED 스크린을 통해 항공기가 격납고에서 나오는 모습, 실제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과 같은 시뮬레이션, 디지털 불꽃놀이까지 연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키노트가 끝난 후에는 유명 가수 겸 기타리스트 레니 크래비츠가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크래비츠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여행지에서 유흥을 즐기는 듯한 경험을 했다.
행사가 끝난 후 만난 한 기자는 "내용을 떠나 행사 자체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황 CEO의 키노트가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면 델타는 감성에 대한 호소로 호평을 받은 것이다.
이날 델타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에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을 통합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유튜브와의 협업을 통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업그레이드를 발표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와는 택시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 시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제휴도 공개했다. 항공기 여행을 위해 집에서부터 공항까지 전기수직이착륙 비행기(eVTOL) 제조사인 조비에비에이션의 비행기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에어버스와의 협업을 통해 항공기 개발 기술은 물론 지속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이날 행사를 통해 델타가 항공 혁신 분야에서 선도적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 내용이 실제로 구현될지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 CEO는 "우리의 일은 사람들을 수송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1만8000여명은 바스티안의 언급을 뇌리에 남긴 채 CES 첫날을 마무리했다. 적잖은 여운이 남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