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혜 친부 살해 사건’ 25년 만에 억울함 풀렸다(종합)

수사·기소 과정 중대한 위법성·증거 부족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정의 찾게 돼 안도”

전남 완도군에서 지난 2000년 3월 발생한 ‘김신혜 친부 살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김신혜(47) 씨가 사건 발생 후 24년 10개월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국내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사례로,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지원장)가 김 씨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위법성과 증거 부족이 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은 강압 수사와 불법적 조사로 인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5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신혜 씨(가운데)가 6일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사건은 2000년 3월 완도읍 한 버스정류장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사고로 추정됐지만, 부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와 수면유도제가 발견돼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던 중 김 씨의 고모부가 '김신혜가 성추행에 대한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신고하자, 경찰은 김 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23세였던 김 씨는 아버지 A(당시 52세) 씨에게 수면제를 탄 양주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김 씨 사건은 2010년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재조명됐다. 당시 많은 시청자가 경찰의 강압 수사와 부실한 증거를 지적하며 재심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에 뛰어들며 김 씨의 억울함을 대변했다.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의 검토 끝에 재심 청구가 이뤄졌고, 2018년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7년간 이어진 재심 과정에서 검찰은 여전히 김 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박 변호사는 '살인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고,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여러 위법성이 신뢰를 훼손한다'며 무죄를 강력히 주장했다.

재판부는 7년간 이어져 온 재심에서 결국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는 24년간의 억울함에서 벗어나 법정을 나서며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이제야 정의를 찾게 돼 안도스럽다”면서 “이번 판결을 통해 억울함이 해소됐다. 사건의 진실을 밝혀온 변호사와 관계자들의 노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피고인과 그 가족들의 명예와 삶의 회복에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24년 동안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온 당사자의 진실의 힘이 무죄의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지난 2015년 재심을 청구했는데 10년 가까이 재판 결과가 나오지 못한 채로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다”며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서영서 기자 just844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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