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지구 궤도에 도달한 로켓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로켓 발사 10건 중 9건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너선 맥도웰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박사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지구 궤도에 도달한 로켓 발사가 145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역대 최대 건수로 2017년의 5배 수준이다.
이 중 134건(92.4%)이 스페이스X의 발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로켓 발사 대부분은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 및 케네디우주센터, 캘리포니아주의 밴덴버그 우주군기지 등 3곳에서 이뤄졌다. WSJ는 "스페이스X 등 우주 기업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체 위성, 고객 탑재물을 우주로 운반하면서 비행 횟수를 늘릴 계획"이라면서도 "로켓 발사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주 기업들은 로켓 발사장 이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스페이스X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선 스타십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와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발사하려고 한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이 유발할 체증 문제 등을 두고 우려를 제기했다고 WSJ는 전했다.
스페이스X는 우주선 스타십 일곱 번째 지구궤도 시험에서 우주에 모의 위성을 배치하는 실험을 처음 시도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스타십의 7차 시험비행 계획과 관련해 머스크 CEO는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1월) 10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2023년 4월부터 스타십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시작해 지난해 11월까지 6차례의 시험비행을 벌였다. 지난 6차 비행 발사 현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통해 세계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미 3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내달부터 스타링크 서비스 도입을 위한 기내 테스트를 시작하고 올 봄부터 일부 항공기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후 올해 말까지 주요 노선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또 이탈리아가 정부는 보안 통신망 구축을 위해 스페이스X와 15억유로(약 2조3000억원) 규모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 CEO가 이달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발탁되며 스페이스X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약 3500억달러(약 514조원)로 책정됐다. 이는 작년 6월 공개매수에서 기업가치를 2100억달러(약 308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은 것 대비 66%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