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3만건 폭주…탄핵 찬반 아수라장된 헌재 게시판 결국

일각선 "재판관 여론 압박 말라" 비판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탄핵심판 심리를 앞두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재판소로 들어서고 있다. 강진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일부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에 여론 압박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헌재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탄핵 심판을 촉구, 혹은 반대하는 글을 도배하고 나선 것이다.

16일 오전 9시30분 기준 헌재 자유게시판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찬성, 반대하는 양측 시민들 글로 도배된 상황이다. '게시판 도배'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4일까지만 해도 헌재 자유게시판의 누적 글 등록 수는 675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련번호는 이날 오전 이미 3만5000건을 넘어섰다. 단 이틀 만에 3만건 넘는 글이 올라온 셈이다.

탄핵 찬성 및 반대 글로 점철된 헌재 게시판. 헌재 홈페이지 캡처

초기에는 '탄핵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이후에는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가세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현재 게시판은 "탄핵에 찬성한다", "반대한다", "헌정질서를 지켜달라", "내란범을 체포하라", "반국가세력을 축출해야 한다" 등 찬반 여론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모습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진보성향 단체 '촛불행동'은 이날부터 탄핵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매일 오후 헌재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보수성향 단체들도 헌재 앞 집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시민들의 마찰 우려가 커지면서 헌재는 홈페이지를 통해 "도서관 개방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14일 이후 헌재 주변 경기도 대폭 강화돼 경찰은 건물 주변에 기동대를 추가 배치했다.

헌법재판소는 진보, 보수 양측 시민들의 집결로 인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도서관 운영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헌재 홈페이지 캡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둘러싸고 시민들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여론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 현 상황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는 "지금 정치 논리로 사법부의 판결에 영향을 주겠다는 거냐", "재판관이 자기 소임을 다할 수 있게 내버려 둬라", "입법과 사법, 행정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삼권분립 원칙이다. 다들 학교에서 안 배웠나" 등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헌재는 이날 오전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첫 재판관 회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헌재는 앞으로 180일 이내에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탄핵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헌재는 재판관 3인이 공석인 '6인 체제'로,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 사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으로 미뤄 최소 재판관 7인 이상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선 이미 3명의 재판관 후보를 추천(더불어민주당 2인·국민의힘 1인)한 상태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직무 정지된 윤 대통령 대신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들을 임명하면 연내 헌재 '완전체'가 완성될 수도 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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