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공습 등 군사 행동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 일각에서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옵션 등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이란의 핵 개발 진행 상황이 알려지고,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하는 등 이란의 역내 입지가 약화하면서 이 같은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가지 옵션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는 중동에 미군 병력과 전투기, 함정을 더 많이 투입해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이스라엘에 첨단 무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경제 제재가 더해지면 이란에 외교적 해법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방안은 경제 제재와 더불어 군사 위협을 가해 이란을 외교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다. 다만 WSJ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북한에 이런 전략을 사용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첫 한 달간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응할 드문 기회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따른 '저항의 축' 약화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이 축소됐을 때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성향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두보위츠 대표는 "핵 무력화를 위해 실제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면 이것(군사적 옵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와 관련한 입장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 자신의 임기 중 이란 핵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스라엘은 미국의 제지에 따라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왔지만, 트럼프 2기 때는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인수팀이 군사적 옵션까지 검토하는 데에는 이란의 암살 시도 가능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인수팀은 이미 차기 행정부에서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2.0' 정책을 가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트럼프 당선인을 암살하려 했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경제·재정 압박보다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WSJ는 차기 트럼프 내각이 기밀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지고, 이스라엘 등 동맹과 관련 논의가 진전되면 이란에 대한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미군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전쟁이 촉발되지 않는 선에서의 계획을 원할 수 있다고도 봤다.
이란의 반응도 고려 대상이다. 이란은 오랜 기간 공격에 대한 대응은 유엔 사찰단을 쫓아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는 것이라고 공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