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포항 애플 학교에서 'T자형 인재'로 성장했어요'

애플, 포스텍과 협업…차세대 인재 양성
9개월 프로그램 수료…협업·소통 배워
자체 개발한 앱 선보이며 졸업 작품 전시

"내 최애 아이돌과 언제 어디서든 네컷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에요." "원하는 기간 내에 책을 완독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3기 수료생이 비전 프로를 활용해 운동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레포즈(REPOZ)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애플 제공

5일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3기 수료생들이 9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애플이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해 2013년부터 진행 중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는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기업가, 개발자,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나이·전공·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포항엔 '애플학교'가 있다…"매달 100만원, 맥북·아이폰도 제공"]

이날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에서는 196명의 졸업생이 37개 팀을 구성해 만든 앱을 선보이는 발표회가 열렸다. 팀별로 의상과 액세서리까지 맞추고 자신들이 개발한 앱을 선보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자연스러운 합성 사진을 만드는 '프레임밋', 휠체어 사용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지도 앱 '에브리웨이', 하루 독서 할당량을 정해 부담 없이 책을 완독하게 돕는 '한입독서' 등 일상 속 고민을 해결해줄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비전 프로를 활용한 앱 '레포즈(REPOZ)'는 목, 팔 등 신체를 스트레칭하며 가상현실 속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날 공개된 앱들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비전 프로 등 애플 기기 전용으로 제작돼 앱스토어에서 무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에브리웨이 앱 개발에 참여한 대학생 이진홍씨는 "포스코휴먼스, 포항장애인자립센터와 협업해 휠체어 사용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휠체어를 빌려 타고 포스텍 캠퍼스 전체를 돌며 거리 정보뿐만 아니라 지면 경사도, 위험 장애물, 장애인 편의시설까지 일일이 파악했다.

휠체어 사용자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지도 앱 '에브리웨이'를 개발한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수료생들. 애플 제공

이러한 과정에서 수료생들은 'T자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T자형 인재란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은 물론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까지 두루 갖춘 인재상을 말한다. 성과주의, 줄 세우기식 경쟁이 아닌 소통과 협업 정신을 배울 수 있는 디벨로퍼 아카데미만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이들은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러너(Learner)'로 부르고 있다.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지닌 러너들은 자발적으로 소규모 스터디를 꾸려 자신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나누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갔다. 또한 프로젝트를 하나씩 마칠 때마다 지나온 과정을 회고하고, 팀원들과 함께 서로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 나눴다. 수료생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지만, 위계를 두지 않고 영어 이름을 부르며 자유롭게 소통했다.

김민경씨는 7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올해에는 멘토로 활약했다. 그는 "IT분야에 경험이 전무했어도 러너들과 합심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전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면서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교육자로서도 매력적인 곳"이라고 했다. 아카데미 1기 수료자이자 AI 로봇 스타트업 '에이드올'을 창업한 김제필 대표는 "현업에서 일하게 되면 수익화를 못 하면 실패로 봐야 하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산업IT부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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