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3시간 만인 4일 오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본 회의에는 총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90명이 참석했다. 참석하지 못한 110명의 의원 대부분은 군과 경찰의 통제로 국회 출입이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가 늦은 시간에 워낙 갑작스럽게 이뤄진 터라 지역구에 머무르다 미처 국회로 돌아오지 못한 의원들을 비롯해 출입을 막는 경찰과 군인으로 인해 국회에 늦게 입성한 경우도 있었다. 반면 앞선 의원과 달리 자의에 따라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 가운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오후 11시 6분쯤 국회로 당 소속 의원들을 소집했다. 그러나 곧 소집 장소를 국회와 수백m 떨어진 여의도 중앙당사로 바꿨다. 이에 중앙당사에 머물렀던 5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열린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할 수 없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국회 본회의장으로 간 조경태, 김상욱, 우재준, 김용태 등 국민의힘 의원 18명은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일각선 '국민의힘 의원들만 들어오지 못했다'라는 비판이 일자 추 원내대표 "들어오려 시도하다 결국 되지 않아 당사로 갔다"며 "이 사안에 대해 의원들과 소통한다는 차원에서 계속 기다렸고, 불참하게 된 건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말했다. 당사서 대기하던 안철수 의원은 "당시에 (원내 공지를 받고 당사로) 갔을 때 당사에 있지도 않았고, 여기에 와서도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도 없었다"며 "당사로 가니 50여 명이 모여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연락도 안 되는 상태에서 한없이 기다리고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들이 (국회에) 못 들어가게 계속 헷갈리게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무조건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우리도 (생각이) 같다. 당사로 가는 건 추 원내대표가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는데 딴 데로 돌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당내 혼란으로 표결 참여를 못 해 아쉬움이 많다"며 "대부분 의원은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전부 반대기 때문에 다 같이 표결에 참석했으면 그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회 출입 제한에 막혀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출입을 막는 계엄군을 향해 "불법 계엄인데 비상계엄하에 못 연다니, 이건 내란죄다, 빨리 열어라. 너희 지금 표결하면 내란죄다. 사진 찍어 다 찍어. 이 ×× 잡아가세요"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이건 공무집행 방해다. 국회의원이 공무를 처리하는 데 방해한 거"라며 "너희는 공무원이 아니냐. 지금 어떤 명령을 받았기에 이런 행동을 하느냐. 국회의원이 국회에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문으로 들어가다 경찰에게 막힌 이 의원과 달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에서 긴급하게 이동하던 이 대표는 국회에 도착하자 경찰이 통제 중인 국회 출입문 대신 담장을 넘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이 대표는 카메라를 들고 국회 담을 넘었고, 이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한편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진행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20분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한 다수의 탄핵안과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 등을 언급한 뒤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따라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하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은 1981년 1월 이후 43년 만에 선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