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기자
#연 19.8% 금리의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들고 있는 50대 직장인 정모씨는 틈틈이 비교대출 플랫폼에 접속해 대출 ‘갈아타기’를 알아보고 있다. 정년퇴직이 다가오는데 갚을 돈은 계속 불어나니 저금리 상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전화상담으로 대출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요즘은 전부 온라인이다. 주변에서도 다 온라인으로 보고 신청하더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가운데 70%가 온라인 비교대출 플랫폼을 통해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저축은행들이 케이블TV 방송 광고나 인터넷 광고 또는 대출모집인을 통해 영업을 많이 했으나, 이제는 고객들이 비교대출 플랫폼으로 가서 가장 낮은 금리가 어디인지를 알아보고 최저금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높은 플랫폼 의존도에 저축은행 간 금리 경쟁이 심화하면서 앞으로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아시아경제가 신용평가업계로부터 입수한 ‘비교대출 플랫폼 시장점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규 신용대출 중 비교대출 플랫폼을 이용한 비중은 지난 8월 기준 69.7%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업계가 한 달간 취급한 신용대출 총 1조2943억원 중 9023억원이 비교대출 플랫폼을 통해 나간 것이다. 비교대출 플랫폼의 구체적인 이용액과 점유율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대출 플랫폼을 통한 저축은행 신용대출은 증가세가 가파르다. 2022년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3%가 비교대출 플랫폼을 이용해 신용대출을 받았고, 지난해는 7%포인트 오른 60.3%로 집계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 8월에는 플랫폼 이용 비중이 9.4%포인트 더 상승했다.
최병주 저축은행중앙회 수석상무 또한 지난달 12일 열린 ‘2025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개인신용대출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비교대출 플랫폼이 매우 활성화면서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반대로 저축은행 업권의 대출모집인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위탁계약을 맺은 대출모집인은 지난 10월 기준 1310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1분기만 해도 2890명에 달했지만 1년 만에 대출모집인 절반이 저축은행 업계를 떠나며 지난해 1분기 1995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말엔 1443명까지 줄어들었다.
이에 저축은행 업계에선 비교대출 플랫폼 내 과도한 금리 경쟁으로 마진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저축은행은 광고·스포츠 등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대출모집인을 통해 모객에 나서 전 금융사의 실시간 대출금리 비교가 어려웠다. 이에 대출금리를 타 금융사와 비슷하거나 소폭 높게 설정해도 이자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비교대출 플랫폼의 등장으로 금리 경쟁력이 대출영업을 좌우하는 상황이 되자 예대마진이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역(逆)마진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비교대출 플랫폼에서 소수점 차이로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이 선택된다면 차주 입장에선 금리 혜택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각 사는 마진폭이 줄어들거나 역마진까지 감수해야 해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는 이미 비교대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높아진 상황이고 앞으로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선 금리 경쟁이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