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러-우 전쟁 참상 보러 떠나요, '다크투어리즘'

역사현장·재난·재해 장소 체험 통한 교훈 목적
우크라 전쟁 참상 상품화에 호불호 갈려
중국서 '옛 죄수 체험 상품' 등장해 화제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외국인이 전쟁 초기인 2022년보다 2배 정도 증가한 40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중 '전쟁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은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재해 등이 일어난 곳을 찾아 체험을 통해 성찰하거나 교훈을 얻는 여행을 의미한다. 휴양과 관광이 목적인 일반적인 여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행 상품 관광객 [사진출처=AFP연합뉴스]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장소는 21세기 최악의 재난으로 꼽히는 미국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다. 그라운드 제로는 원래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이나 피폭 중심지를 뜻하는 군사 용어다. 지금은 2001년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WTC)가 붕괴된 장소와 그 자리에 세워진 9·11 메모리얼 파크를 의미하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당시 참상에 몰입하도록 희생자가 남긴 음성 메시지, 사고 현장의 영상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국내 다크투어리즘은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이 주 대상이다. 가장 유명한 장소로는 서대문형무소가 있다. 1908년 10월 문을 열어 1987년 11월 폐쇄되기까지 80년 가까이 사용된 근대식 감옥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역사성과 보존 가치를 인정받고 1998년 11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재개장됐다. 옥사와 고문실, 사형장 등을 둘러보면서 일제의 탄압과 독립운동가의 수난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다크투어리즘 여행 운영업체만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 중 하나인 '워 투어'는 수도 키이우와 부차, 이르핀 등 러시아가 민간인을 학살한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상품을 150∼250유로(22만∼37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고객은 주로 미국인과 유럽인이며, 지난 1월 이후 약 30명이 다녀갔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전선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남부 투어 상품을 3천300유로(483만원)에 판매하는 여행사도 나타났다. 전쟁의 스릴을 더 강하게 실감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려는 관광객을 위한 여행 상품이다.

옛 죄수 체험 관광 상품 [사진출처=SCMP 홈페이지]

이 업체들은 수익의 일부를 우크라이나군에 기부하지만, 도의적 논란 역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관광 '핫스팟'으로 꼽히는 이르핀의 정치인인 미하일리나 스코릭-슈카리브스카는 "일부 주민이 관광 수익을 '피 묻은 돈'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관광 당국은 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널리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전쟁 관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다크투어리즘의 '호불호' 문제는 중국에서도 등장했다. '옛 죄수 체험 관광 상품'이 그 대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달 8일(현지시간)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이 관광객이 수감복을 입고 족쇄를 찬 채로 청나라 때 유명 유배지인 '닝구타'로 유배길에 오르는 '몰입형' 체험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어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이 상품에는 절벽에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흉내 내는 번지 점프 코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부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