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기자
올해 상반기 K-푸드 바람과 함께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던 농심이 연중 최저가를 갱신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농심 주가는 종가 기준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6월17일 대비 5개월 만에 43.3% 하락했다. 지난 15일 장중 한때 31만7000원까지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음식료 업종 내에서도 유독 농심이 큰 폭으로 내렸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21.7% 떨어졌다. 라면업계 시가총액 1~2위 다툼을 하던 삼양식품과 농심 시가총액 차이는 2조원으로 벌어졌다.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삼양식품과 농심이 각각 4조500억원, 1조9800억원을 기록했다.
불황에도 실적 변동성이 크지 않아 경기 방어주 성격이 강했던 농심이 최근 5개월 동안 뒷걸음질 친 이유는 올해 상반기 K-푸드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라면과 김밥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고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졌다. 덕분에 농심 주가는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여 만에 65%가량 상승했다. 농심은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지난 6월과 8월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공시했다. 6월에는 수출 확대에 따른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290억원을 들여 울산 삼남 물류단지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8월에는 1918억원을 투자해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전용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농심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 실적은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농심은 2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8607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8.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513억원을 밑돌았다. 원가 부담 및 판촉 할인 행사 증가 등에 따라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P) 하락했다.
올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 있었으나 3분기에도 기대치보다 못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농심은 올해 3분기에 매출액 8504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32.5%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대비 29% 밑돌았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현재 국내·북미·중국 실적 부진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며 "과거 3년 간 성장을 주도했던 북미 시장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 이하의 실적을 달성하면서 증권가는 농심에 대한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53만원에서 48만원으로 10%가량 하향 조정했다. 교보증권도 51만원에서 46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도 54만원에서 45만원으로 낮췄다.
다만 내년에는 실적이 좋아질 요소가 남아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미국 월마트 내 메인 매대 입점했다"며 "기존 대비 매대 크기가 5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공장 내 신규 증설 라인을 추가로 가동하면서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춤했던 외형 성장은 올해 4분기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