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냐, 10%냐'…軍 마약키트 예산 놓고 국방위 충돌

국방부, 마약 검사 키트 예산 약 30억원 편성
野 "인권 침해 우려" vs 與 "전투력 차원 필요"

정부·여당과 야당이 국회 국방위원회(국방위)에서 장병 상대 마약류 검사 예산을 두고 맞붙었다. 국방부는 장병 30%를 상대로 불시 마약 투약 여부를 검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기조에 과하게 발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규모 축소를 주장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13일 국회 국방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예결소위)는 내년도 국방부 의무물자확보 사업 예산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쟁점은 마약류 검사 키트였다. 내년도 의무물자확보 사업 예산은 약 1033억원으로 올해 대비 79억원 감소했지만, 마약류 검사 키트 사업 예산은 약 30억2400만원 신규 편성됐다. 국방부는 지난 7월 개정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복무 중인 장병 30%를 상대로 마약 투약 여부를 불시 검사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관련 사업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보였다. 마약 단속에 집중하겠다는 이번 정부를 위한 '보여주기'성 예산 편성에 불과하다는 셈이다. 추미애·안규백·박범계·황희 민주당 의원은 "불시 검사 기준을 30%로 맞춘 이유는 무엇이냐" "병무청에서 이미 입영대상자 상대로 마약 검사를 하는데 왜 중복해서 실시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군 장병뿐만 아니라 20대 남성을 마약 투약 의심자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 관련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마약과 관련해 징계받은 군인은 30명에 불과한데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부·여당은 군 전투력 차원에서 마약류 검사키트 예산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장성 출신인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군인은 무기를 다루기 때문에 대대적인 마약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측은 "미군도 장병 상대로 마약 검사를 실시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서울 용산국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4 제대군인 취·창업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국회예산정책처도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검사 키트 구매 물량과 구매 단가가 과도하게 편성된 측면이 있어 예산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올 5월 입찰한 마약류 검사 키트 단가는 8845원이었는데 내년도 예산에서는 1만2000원으로 단가가 책정됐다.

여야는 공방 끝에 마약류 검사 키트 예산과 관련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은 적정 수준으로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의원은 "마약 문제를 경시하는 게 아니다. 다만 기준을 30%로 잡는 게 과도하다는 것"이라며 "불시 검문이라면 10%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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