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다.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가 시작된 것인지 주목된다.
8일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지난주 조사보다 2%포인트 하락해 17%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고 밝힌 부정 평가는 74%로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올랐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던 이전 조사와 같은 흐름이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전과 다른 두 가지 흐름 변화가 나타났다.
첫 번째는 최근 일련의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반사효과를 누리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지지율 상승세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4%포인트 올라 3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갤럽은 "양대 정당은 총선 후 국민의힘 경선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30% 안팎에서 경합하는 구도였는데, 이번 주에는 민주당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며 간격을 벌렸다"고 소개했다.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차기 지도자 조사에서도 이 대표 지지율은 9월 4주 당시 조사보다 4%포인트 오른 29%를 기록했다. 여권의 차기 1순위 후보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포인트 내린 14%였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스스로 '보수'라고 정치 성향을 밝혀왔던 응답층의 숫자도 줄었다. 지난 조사의 경우 응답자 1005명 가운데 보수라고 응답한 이는 313명(가중적용해 305명)이었던 데 반해 이번 조사에서는 277명(가중적용해 283명)이 응답했다. 보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자체를 기피했거나, 정치 성향에 대한 태도 자체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두 번째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버텨왔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과 별개로 움직이는 이른바 '탈동조화' 현상과 관련해서 한 대표의 영향력이 주목을 받아왔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국정 기조 변화 등을 요구하면서 거리를 둘 수 있었는데, 이런 흐름이 약화했다는 것이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는 "대통령 임기가 이제 절반을 지나는 시점에서 야당 지지율이 여당을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서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앞으로 반영될 텐데 이후 흐름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여론조사는 갤럽 자체 정례조사로 5~7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으며, 응답률은 11.8%였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