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이 퇴출한 플라스틱의 '귀환'…천덕꾸러기 '종이빨대'

2018년 스타벅스 이후 종이 빨대 사용 확산
농심, 최근 카프리썬 플라스틱 빨대 회귀 발표
소비자 불편함 크고 유해성 제기…기업 딜레마

따옴표2015년 콧구멍에 낀 플라스틱 빨대 탓에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 영상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발견된 이 바다거북은 다름 아닌 멸종위기 종인 올리브바다거북. 영상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이 확산됐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멸종위기 올리브바다거북. 사진=유튜브 캡처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에 가장 적극적이던 곳 중 하나는 미국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는 2018년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11월 실제로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업계 1위의 움직임에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엔제리너스 등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들 역시 종이 빨대 사용에 동참했다. 이외에 농심, 매일유업, 동서식품 등 식품사와 CU, GS25 등 편의점이 종이 빨대 사용 확대를 확대했다.

"종이 빨대 때문에 매출 폭락"…농심, 카프리썬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

그런데 최근 농심이 중대 결정을 내렸다. 카프리썬의 종이 빨대를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2월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며 종이 빨대로 바꾼 지 약 20개월 만이다. '소비자 불편과 그로 인한 매출 하락'이 주된 이유다. 종이 빨대로 변경한 이후 소비자는 무수한 컴플레인을 쏟아냈다. 빨대가 비닐 포장재를 잘 뚫지 못해 불편하다는 호소였다. 종이 빨대 특유의 냄새가 맛을 해치고 오래 먹다보면 눅눅해져 못 쓰게 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카프리썬

농심은 두 차례 품질 개선에 나섰다. 종이 빨대 절단면의 각도를 바꿔보기도 하고, 강도를 보완하는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매출 감소세는 꺾일 줄 몰랐고 결국 농심은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하기로 했다. 농심에 따르면 매년 900만 박스를 유지하던 카프리썬 판매량은 지난해 13% 감소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16% 줄었다.

플라스틱 빨대로의 회귀 결정에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누리꾼은 "종이 빨대로 스트레스를 받은 뒤 카프리썬을 안먹게 됐다"면서 "환경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편의성도 무시 못 하기에 옳은 결정"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종이 빨대는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진 모르나 매출 하락은 못 막을 것"이라고 했다.

종이 빨대가 부착된 동서식품 스타벅스 컵 커피

알고보니 농심에 앞서 소비자 불만 탓에 종이 빨대 확대 계획을 철회한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식품은 2021년 11월부터 스타벅스 컵 커피 ▲카페라떼 ▲스키니 라떼 ▲에스프레소 ▲스무스 아메리카노 270에 종이 빨대를 적용했다. 당시 이 소식을 발표하며 2022년 맥심 티오피 컵 커피에도 종이 빨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계획은 철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과 비슷한 이유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종이 빨대 도입 이후 소비자 불편사항이 다수 접수됐다"면서 "종이 빨대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있는 만큼 기존 제품은 그대로 두고 다른 제품으로의 확대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 의문 제기하기도…"눅눅해지면 결국 일반쓰레기"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과 편의성 사이 기업들의 딜레마가 깊다. 최근 들어 종이 빨대가 오히려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하다는 주장들마저 제기되면서 이들의 고심은 더 깊어진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쉽게 분해되고, 탄소 배출도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졌다. 또 더 유연해 해양 동물에게 피해를 줄 확률도 적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눅눅해진 종이 빨대는 재활용할 수 없어 일반쓰레기와 같이 처리돼 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다는 반박이 나온다. 이외에도 빨대 강도를 높이기 위해 코팅 처리를 하는 것이 환경에 유해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에 해외와 달리 국내 생산 종이 빨대는 유해성이 없다는 재반박이 이어지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방침 역시 딜레마를 심화시킨다. 정부는 2021년 11월 카페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를 천명했다. 당시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2년 뒤 해당 제도 실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업계는 사실상 철회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종이 빨대 도입을 예고했던 할리스, 탐앤탐스, 빽다방 등은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 중이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수년간 종이 빨대를 쓰면서 어느 정도 정착은 했지만 정부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획을 철회한 데다 소비자 컴플레인도 지속되고 있어 가맹점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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