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국내 증시 발목잡는 '좀비기업' 유래는

日 거품경제 붕괴로 금융지원 받은 부실기업
韓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한계기업
韓 증시 역동성 방해하는 주범으로 지목

금융당국이 거래소 상장폐지 요건 손질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좀비기업’을 증시에서 신속히 퇴출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는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좀비기업(Zombie company)'이란 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한 이후 일본 은행들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은 일본의 부실기업을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영어 단어 '좀비(Zombie)'에 빗대어 부른 말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002년 11월 20일자 ‘일본의 좀비 경제 ? 사지 말고 살필 것’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유통기업 '다이에이'를 두고 좀비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출처=AI 이미지]

이 용어는 공식적인 정의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 보고서(아달렛 맥고완·2017년)에서는 좀비기업을 오랫동안 이자 지급에 지속적인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MIT대 카발레로 교수 등 3명이 2008년 전미경제학회에 발표한 학술논문 '일본의 좀비기업 대출과 구조조정'에서는 '수익성이 없는 차용인(Unprofitable borrowers)'을 좀비기업이라고 불렀다. 이 논문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일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보통 '한계기업'을 좀비기업으로 취급한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서, 업력이 10년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상환할 수 없는 잠재적 부실기업이라고 판단한다.

국내 한계기업 수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4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외감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업 수 기준으로 16.4%를 차지했다. 2022년보다 1.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계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17.4%)이 대기업(12.5%)보다 높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좀비기업은 국내 증시의 역동성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향후 정상기업으로 회복이 어려운 좀비기업에 신속한 구조조정 없이 신용공급이 계속된다면,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좀비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당하지 않고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금만 축낸다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2일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좀비기업은 자본시장 내 가치 상승의 제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속히 퇴출할 필요가 있다"라며 "상장폐지 절차 단축 및 상장유지 요건 강화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소관 부처와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부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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