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미국의 대외 제재가 확대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로비 시장도 연간 41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미 법무부 서류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외에서 미국의 제재 관련 로비에 지출한 금액은 2014년 약 600만달러(약 83억원)에서 2022년 3100만달러(약 427억원)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기업들의 로비 관련 지출도 1998년 9700만달러(약 1338억원)에서 급증해 지난해에는 3억5300만달러(약 4868억원)를 넘어섰다.
재무부에서 제재 및 자금 세탁 담당 수석 정책 고문을 지냈던 피터 피아테스키는 WP에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제재를 준수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데 더 큰 비용을 쓰고 있다"며 "2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컴플라이언스 로비시장 규모는 현재 연간 총 300억달러(약 41조원) 이상에 달하며 매년 약 10%씩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미국의 대외 제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기간과 맞물린다"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은 매년 수백건의 제재만 부과했지만, 지난 2년 동안은 매년 3000건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IT 기업부터 세르비아 무기상, 러시아 재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들의 러브콜을 받는 로비스트들의 정체는 바로 미국의 전직 고위 당국자 및 의원들이다. 이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고발당한 국가나 기업이 경제적 처벌을 회피하도록 도움을 주거나 외교·안보상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규제를 준수하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WP가 확인한 로비스트 명단에는 루이스 프리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마이클 무케이시 전 법무부 장관, 톰 대슐 전 상원의원(민주당), 트렌트 로트 전 상원의원(공화당), 노엄 콜먼 전 상원의원(공화당), 전직 트럼프 캠프 고문이었던 루디 줄리아니와 앨런 더쇼비츠 등이 이름을 올렸다.
WP는 "현재 최소 190명의 전직 미국 당국자가 제재 전문 로비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회사, 중동 금융기관, 인종 학살 혐의를 받는 정부 등과 수백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성공적으로 제재를 해제한 사례만 12건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 같은 로비의 효과를 톡톡히 본 나라 중 하나라는 평가다. WP는 "UAE 최대 도시인 두바이는 다양한 무기상, 갱단, 러시아 재벌, 아프리카 불법 금 밀수범 등이 모이는 곳이고, 미 국무부조차 이 나라를 은행 및 부동산이 세탁한 불법 마약의 환적 지점으로 간주하는 데도 UAE 정부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면서 "UAE가 2016년~2023년까지 워싱턴 D.C. 로비스트들에게 쏟아부은 돈만 1억9300만달러에 이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