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부인에 '남편 따라 죽어라'…37년 만의 무죄에 인도 시끌

인도에서 '사티'로 숨진 루프 칸와르 사건
순장 강요한 피의자들 37년 만에 무죄 판결
"사티 악습 말아달라"…다시 수면 위 올라와

과거 인도에서 18세 과부가 순장으로 불에 타 죽은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37년 전 18세의 나이로 사망한 여성 루프 칸와르 사건이 최근 인도 사회에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7년 9월 인도 라자스탄주에 살던 칸와르는 남편이 숨진 다음 날 화장용 장작더미에 올랐다. 남편이 사망하는 경우 아내에게 따라 죽으라고 강요하는 ‘사티’ 전통 때문이었다. 사티의 어원은 '정숙한 아내'라는 뜻으로, 과거 힌두교 의식에서 비롯한 악습이다. 16세기 무굴 제국, 19세기 영국 식민지령에서도 사티를 금지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국가 권력이 닿지 못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칸와르가 자발적으로 사티를 행한 것이 아니었고, 남편의 가족들이 그녀를 마취시킨 뒤 장작더미에 밀어 넣었다고 증언했다. 칸와르는 장작더미 밖으로 3번 이상 탈출하려고 시도했으나, 곁을 지키고 있던 무장 경호원들이 그녀를 불구덩이 속으로 다시 밀어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녀의 시동생이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고 칸와르를 사망한 남편 옆에 순장했다.

해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티 악습이 문제로 떠올랐고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인도 정부는 사티방지법을 제정했다. 이후 칸와르 남편의 가족 중 일부가 구속됐는데, 이들은 "칸와르가 신부복을 입고 마을을 행진한 뒤 스스로 장작더미에 올랐으며, 남편의 시신 옆에서 종교적 주문을 외우며 불타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지난 9일(현지시간) 오랜 재판 끝에 피고인 8명이 모두 무죄를 받고 석방되면서 37년 만에 다시 공론화됐다. 피고인 8명의 변호인은 BBC에 “그들에게 불리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라자스탄주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정부가 고등법원의 ‘무죄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티의 악습을 막아달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라자스탄주 법무부 장관은 BBC에 “우리는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검토 후 사법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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