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는 비트코인과 전혀 달라, 완벽한 준비 필요'[디지털 원화가 온다]⑤

"CBDC, 신뢰와 안전성 측면에서 비트코인과 전혀 달라"
"법적·제도적 준비와 사회적 합의 거쳐 결정"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부장 인터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로 신뢰성과 안전성 면에서 비트코인 같은 암호자산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아직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도입한다면 완벽한 기술적 기반과 법적·제도적 준비하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것입니다.”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스테이블코인(달러화 등 기존 화폐의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암호자산)의 확산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CBDC 연구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도 최근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은은 작년 11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세계 5대 기축통화국(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과 한국, 멕시코, 국제결제은행(BIS), 국제금융협회(IIF) 등이 참여해 토큰화된 은행 예금과 CBDC를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 개선방안을 연구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내년 초에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실거래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박재현 기자)

한국은행에서 CBDC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지난 1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CBDC 도입을 서두르기보다는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화폐연구부는 한은에서 CBDC 사업 추진과 기술적 연구를 전담하는 부서다. 한은은 지난 2020년부터 CBDC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CBDC와 분산원장 기술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오고 있다.

윤성관 부장 “CBDC 도입해도 현금은 계속 발행…암호화폐와는 전혀 달라”

CBDC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다. 현금(은행권·주화)과 대체 관계가 아닌 기존 화폐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윤 부장은 “CBDC가 도입되더라도 현금은 당연히 계속 발행할 것”이라며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로서 높은 신뢰와 안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CBDC가 도입되면 바우처 프로그램 효율화 등 여러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윤 부장은 “CBDC는 공공 화폐 인프라라는 점에서 기존 카드, 민간 지급 서비스 대비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또 실시간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랜 정산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산원장 기술(거래정보가 기록된 원장을 공유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 등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하면 지급 조건, 사용 조건 등이 화폐 자체에 내재해 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바우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며 “CBDC를 통해 복잡한 절차와 국가별 규제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높은 수수료를 부담했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도입하는지에 따라 기능과 효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는 우리 경제에서 가장 적합한 CBDC의 설계와 운영 방식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단계”라며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화폐의 경우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화폐에 다양한 프로그래밍 기능을 부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과거에는 불가능했거나 비효율적이었던 혁신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CBDC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는 “주로 범용 CBDC와 관련해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나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충분한 사전 검토를 진행해야 하고, 실제 도입 이전에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기관용 CBDC 연구 확대…완벽한 준비가 중요”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CBDC 도입을 위한 연구와 준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하마, 나이지리아, 자메이카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이미 CBDC를 공식 도입하기도 했다. 윤 부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우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CBDC를 이미 공식 도입한 국가들은 지급결제시스템의 발달이 더디고 금융 포용이 미진하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기존 범용 CBDC 중심의 연구에서 최근 기관용 CBDC와 예금 토큰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관련 분야의 역량이 뛰어나다”며 “또 최근 아고라 프로젝트 등 예금 토큰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BDC 도입 시기 정해진 바 없어…사회적 합의 통해 결정할 사항”

CBDC가 실제로 도입되는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 윤 부장은 “CBDC의 도입 여부 및 도입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며 “CBDC의 도입 여부와 시점은 주요국의 CBDC 연구 동향과 도입 상황을 고려하는 가운데 완벽한 기술적 기반을 구축하고 법적, 제도적 준비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최대 10만명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거래 테스트 참가자들은 은행에서 전자지갑을 개설해 본인이 가진 예금을 예금 토큰으로 전환한 뒤, 예금 토큰을 정해진 사용처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는 “기존 민간 전자지급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테스트에서는 디지털 화폐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해 몇 가지 작은 바우처 프로그램을 CBDC와 예금 토큰을 통해 구현하고 테스트해 볼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경제금융부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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