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이벤트 하더니 ‘먹튀폐업’ … 임금 밀린 창원 대형 어학원 강사들, 운영사 고소

2개월 월급, 퇴직금 등 임금 체불

폐업 전 수강료 할인 이벤트 열어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믿었지만 결국 임금을 주지 않았고 갑자기 학원 문을 닫아 우리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최근 경남 창원지역 대형 어학원 2곳의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어학원 원어민 강사들이 이같이 호소했다.

해당 어학원에서 일하던 원어민 강사들과 민주노통 민주일반연맹 일반노조 부산본부 등은 18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체불 및 부당해고를 규탄했다.

강사들은 “급여를 지급하라! 먹튀를 멈춰라! 우리는 생계를 이어갈 자격이 있다!”라고 외쳤다.

경남 창원지역 대형 어학원 외국인 강사들이 고용노동부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어학원 강사 레오(Leo) 씨는 “2년 전 한국에 온 뒤 창원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이곳을 집처럼 느꼈지만 3개월 전 모든 상황이 나쁘게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학원은 8월 5일에 2주 후 7월 임금 70%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를 나중에 주겠다고 통보했고, 계속해서 임금 지급을 요구하자 나머지 임금을 줬다”며 “9월에도 같은 소리를 하다가 급여를 줄 수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더니 결국 돈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레오 씨는 “기다리란 말을 믿고 무급으로 일했지만 10월 2일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개인물품을 챙겨 학원을 떠나란 말을 들었다”며 “수년간 함께한 학생들과 작별 인사할 기회조차 없었다”라고 전했다.

민노총 일반노조에 따르면 지난 2일 폐업한 어학원 2곳에는 영어 강사, 버스 기사, 행정직원 등 43명이 근무했으며 그중 원어민 강사는 11명에 이른다.

이중 노조 소속 외국인 강사 10명에게 미지급된 월급만 해도 1인당 500~600만원 정도이며 퇴직금까지 합치면 총 1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어학원에서 지원받던 월세도 5개월 치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이주노동자인 강사들은 해당 어학원과 계약기간 종료일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강제로 돌아가야 한다.

창원지역 대형 어학원 외국인 강사가 고용노동부 창원고용노동지청에 임금을 주지 않은 채 폐업한 어학원 운영사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교육청에 신고된 두 어학원 수강생은 각 440명으로 모두 880명으로 확인됐다.

어학원 측은 강사와 직원은 물론 학부모와 수강생들에게도 폐업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오히려 수강료 3개월 선납할인 이벤트를 진행해 현금 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3개월 치 수강료와 교재비를 돌려받지 못한 학부모들이 폐업한 어학원 2곳과 어학원 운영사를 사기 혐의로 창원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잭(Jack) 민노총 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장은 “우리 강사들은 급여를 받지 못해 건강한 식사를 하고 교통비와 전기세 같은 각종 청구요금을 내는 등 일상생활이 극도로 힘들어졌다”며 “어학원은 책임을 지고 임금을 지급하고 법을 준수하며 사업을 가능하게 한 이들을 착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 후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어학원 운영사 대표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가맹 본사와 여러 곳의 운영사, 어학원이란 산업구조 피해자들의 임금 체불과 고용문제가 해결되고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끝까지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영남팀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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